<저자와함께>"그러나 매춘은 없다"낸 하은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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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8세의 젊은 주부 하은경(河銀敬)씨가 다부진 일을 했다.신혼의 즐거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을 펴냈다.누구나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공감하면서도 드러내고 말하기 꺼리는 매춘문제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책제목도 다소 공격적 으로 『그러나 매춘은 없다』(새길刊)로 붙였다.
『왜곡된 성문화를 방관할 수는 없었습니다.매춘은 남녀 모두의문제예요.그런데 이상하게도 비난의 화살이 주로 여성들에게 몰립니다.은밀하게 번창하는 성매매 현장의 실체를 진단하고 그 폐해를 짚어 보았습니다.』 河씨는 이화여대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결혼한 이후 집에서 살림을 하고 있다.원래는 논문으로 낼 예정이었는데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 내기 위해 에세이로다시 손질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91년부터 3년 동안 매춘여성들과 그 가족,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육성을 녹음했다.또 성을 사 본 경험이 있는 남자들의 경험담도 참고했고 시중에 선보인 여러 영화들과 67년부터 93년 까지의 여성잡지 기사흐름도 분석했다.
『전공 때문인지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쉽게 매춘에 나선다는 사회통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확인했어요.그들의 절망스런 생활을 예방할 장치가 필요합니다.한 평범한 여자가보고 느낀 것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보아주기 바 랍니다.』 河씨는 작업 처음부터 오해를 많이 샀다.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한번 나서 보지』라는 식의 빈정거림도 감수해야 했다.반면 굳게입을 다물 것으로 예상했던 여성들이 일단 교감이 통하자 매춘 동기,가족.애인관계 등의 이야기를 훌훌 털어 놔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일부에서 매춘은 필요악 혹은 합법화가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말하지요.하지만 제 생각은 정반대입니다.이는 사태의 밑바닥을 안보고 현상을 덮어 버리려는 발상이지요.매춘은 늦추어지더라도 끝내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매춘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이지만 남성들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법과 정책보다는 남성 중심적인사고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업주와 단속경찰이 공생하는 현실도 큰 문제이지만 여자에게는 순결과 정조를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욕망을 채우는 남자들의 이중인격적 문화가 남아 있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그들을 감싸려는 것은 아닙니다.그런데 80년대 중반이후 그들을 소위 「끼」가 있거나 혹은 한탕주의에 빠진 여자들로 비난하는 세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60,70년대 같이 절대빈곤을해결하기 위해 이 길을 택한 여성들은 줄어들었지 만 아직도 많은 수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만나 본 여성들의 이야기를 객관화하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는 저자는 앞으로도 이 분야의 연구를 좀더 진척시키고 능력이 닿으면 소설로 옮겨 보고 싶다고 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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