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무서록" 이태준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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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30년대 「구인회」를 이끌고 「문장」을 주도하는 등 문단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의 대표적인 수필집.각종 문예월간지.신문등에 기고했던 산문을 한자리에 모았다.지난해 범우사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적이 있 었지만 이번에 원본대로 다시 선보이게 됐다.
형식이 없는 수필의 특성 때문에 일관된 주제를 찾기는 힘들지만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세계의 바탕에 흐르는 창작정신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특히 오늘날 문단에 충고가 될 만한 말들은 귀담을 만하다.
예컨대 「명제기타」(命題其他)라는 글에서 『아마 조선문단 전체로도 이대로 3년이면 3년을 나가는 것보다는 지금의 작품만 가지고도 3년 동안 퇴고를 해 놓는다면 그냥 나간 3년보다 훨씬 수준 높은 문단이 될 것이다』고 쓰고 있다.작 품의 완성도를 강조하고 매사에 장인정신을 기울였던 그의 문학에 임하는 태도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또한 혼잡하고 요란한 현대사회에서 허둥거리는 우리에게 내면의깊은 곳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게 만든다.옛날 접시하나를 쳐다보면서 우주를 생각하는 그의 자세에서 오래된 가치의소중함과 관조적 삶의 기품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36년7월 동해안에서 보낸 경험을 일지형식으로 적은 「해촌일지」와 만주의 조선족 이민부락을 취재한 「만주기행」등 두 편의기행문도 읽어 볼 만하다.〈깊은샘.3백38쪽.6천5백원〉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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