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대변혁-피라미드 조직붕괴 팀방식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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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기업이 바뀌고 있다.이른바 미국식 新경영으로 불리는 과감한 개혁과 조직혁신이 많은 미국기업에 확산되고 있다.변화와 개혁의 시기에는 경영자의 결단과 지도력이 회사의 운명을 바꾼다.
또 기업조직의 혁신 없이는 치열한 경쟁과 새로운 도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변혁을 주도하는 美기업경영자의 성공사례와 미국기업조직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팀경영방식을 특집으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조직구성원간의 상호협력을 강조하는 팀경영방식이 미국기업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식경영」하면 개인주의에 기초한 경쟁원리와 합리성이 중시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여기에 동양적인 동료애와 협조정신이 가미된 새로운 조직형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誌(11월7일자)는『미국기업들이 기민하게움직이는 소규모 팀의 집합체로 변신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같은 변화가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대기업들이 채용하고 있는 팀조직에는▲기능위주로 조직된 개발팀▲생산현장의 자율관리팀▲新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내 벤처팀▲리엔지니어링 팀▲경영팀 등이 있다.
보잉社의 신형여객기 「777」개발에는 횡적으로 연결된 2백개이상의 개발팀이 투입됐고,GE의 조명부문은 업무의 흐름에 따라1백개 이상의 팀이 조직돼 있다.이스트먼 코닥의 화학부문은 1천개 이상의 자율적인 팀으로 구성돼 있고,러버 메이드社는 비즈니스팀.리엔지니어링팀.특별임무팀등 기존의 6백개 팀을 5년내에1천2백개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의 기업조직이 종래의 피라미드식에서 탈피,다양한 팀의 집합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팀방식의 장점은 소규모조직에 의해 시장에 밀착될 수 있다는 점과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들수 있다.
팀경영에서 권한의 하부 이양은 필수적이다.의사결정권을 가진 팀은 스스로 책임도 져야 한다.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팀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팀은 해체된다.
회사의 인사제도도 팀경영에 맞춰 바뀌고 있다.평가는 개인이 아니라 팀별로 이루어진다.GE의 정보서비스부문에서는 고객에 대한 앙케트조사 결과를 점수로 매겨 목표치를 달성한 팀은 일반사원에서 관리직까지 전원이 보너스를 받는다.여기서는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은 소용없다.
팀경영에서는 팀의 프로젝트별 업적에 따라 평가되고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팀원으로 선발되지 못하면 급여나 평가에서 모두처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3백60도 평가방식」도 유행이다.상사가 부하를 평가할 뿐만 아니라 부하도 상사를 평가하는 것이다.이 방식은 AT&T.GM.GE.듀퐁.체이스맨해튼은행.러버메이드등이 채용하고 있다. 「출세」라는 개념도 바뀐다.피라미드식 조직에서는 단계를밟아 위로 승진하는 것이 출세였지만 팀조직에서는 프로젝트를 따라 우수한 팀으로 옮겨가는 것이 경력을 쌓는 방법이다.우수한 인력일수록 도전적인 일에 모인다.
팀경영이 확산되면서 지나친 전문주의도 개선되고 있다.각자의 전문영역이라는 폐쇄적인 조직의 벽을 헐어버리고 필요한 인력을 한팀으로 모아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경영학자들이 선정한 우량기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사원과 조직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이는 경쟁력의 원천이 사람과 조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미국기업들이 이처럼 기존의 합리성에다 동양적인 인간중시원칙까지 가미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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