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부예금 등장 일본열도 시끌-현상금 5만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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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東京=郭在源특파원]일본신용금고가운데 가장 큰 조난(城南)신용금고(본점 도쿄 시나가와구)가 현상금을 붙인 정기예금이라는 기상천외의 금융상품을 지난 7일부터 발매,관련업계가 온통 난리를 펴고 마침내 정부가 자숙요청을 하고 나서는등 난 데없는 파문이 일고있다.
조난신용금고가 이같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10월1일부터 예금금리가 완전자유화된 것.보통예금금리를 도시은행(우리는 시중은행)에 비해 높게 설정한데 이어 정기예금에서도 금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고 5만엔의 현상금이 붙은 신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을 할 경우 10만엔(1계좌)단위로 1계좌에 1장씩의추첨권이 붙어있는데 6개월마다 추첨,1등에 5만엔의 상금이 지불된다.신상품은 1년만기 슈퍼정기(연리2.1%)의 예금증서에 추첨번호를 붙인것으로 첫회는 내년 5월11일에 공개추첨하며 당첨될 경우 상금은 예금만기일이후에 받아가도록 돼있다.
1등 5만엔 8백장,2등 3만엔 1천장,3등 1만엔 2천장,4등 5천엔 1만장,5등 3천엔 2만장으로 당첨확률은 3.38%로 예금30계좌에 1장이 해당된다는 것.
조난은 이 신상품을 통해 6개월간 1천억엔의 예금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난 7일 발매한 지 8일만에 3백31억엔을 돌파,벌써부터 목표치를 상향조정해야 할 정도로 문의와 함께 예금청구가 쇄도하고 있다.이중 신규예금이 50%를 넘 어 명실공히대히트다.
사정이 이쯤되자 신용금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업계단체인 전국신용금고협회는 지난 5월 「경품류의 제공에 관한 규정」을 정해「금융기관이 단독으로 하는 현상금제도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당분간 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자율규칙을 내놓은 바 있다.업계는조난금고가 이 룰을 깼다고 맹반발,조난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무관청인 대장성도 예금금리가 아닌 본래 부수적인 서비스인 현상금으로 금융기관의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고압력을 넣고있다.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마저 「협회가 정한 규칙이 구속력이 있는지」,「조난금고가 신상품을 발매한 다음날 협회가 회원사에 자숙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낸 것이 가맹사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독점금지법에 위반될것인지」등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협회와 관련업체들을 불러 청취조사에 들어갔다.
이에대해 조난신용금고는『신상품에 대해 재고할 여지는 없다.신용업계가 만든 자율규칙은 담합같은 것이다.금리자유화에 의한 혜택을 예금자에 환원하는게 뭐가 나쁜 것인가』라며 금융계의 체질을 비판하고 있다.
협회가 조난이 자숙요청에 따르지않는다 해서 협회추방등 제재조치를 취한다면 이것도 위법이 되기 때문에 협회로선 어쩔 도리가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조난이 이미 중견 지방은행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다른 신용금고가 했을 때보다 무척 크다는 것이다. 조난의 94년3월말 자금량은 2조5천7백억엔으로 도쿄 지역금융기관 가운데서는 최대다.게다가 조난의 이같은 행동에 여론이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최근 도쿄의 조난(城南)전기,교토의 MK택시등도 업계에서 돌출,가격파괴행동을 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때문에 지방.시중은행들도 남의 일로 보지않고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이 역시 행정규제완화,일본경제 시스템의 전환과 관련된 시대적 현상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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