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渡.구속.퇴임 리버사이드호텔 惡運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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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센 「터」탓인가.아니면 과욕이 화근(禍根)인가.
80년대초반 한동안 나이트클럽과 사우나로 일약 서울 강남 유흥가의 「간판스타」로 명성을 날리던 영동 리버사이드호텔〈사진〉이 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악운(惡運)이 겹치고 있다. 지난 81년 강남 영동의 노른자위 땅에 지어진 이 호텔은 부도로 몇차례 주인이 바뀌더니 급전을 대준 시중은행장이 대출이불씨가 돼 임기도중 옷을 벗는가 하면,최근에는 잔금을 막 치르고 경영에 나설 새 주인(효산종합개발)이 또 다시 부도를 냈다.이 호텔을 세운 사람은 서울의 숨은 부동산 갑부로 소문났던 박예준(朴禮準)씨.
평창면옥을 운영하면서 돈방석에 올랐던 朴씨가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모아 호텔을 세우고 아들 김동섭(金東燮)씨에게 물려주었으나 그 뒤부터 호텔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새주인의 부도-원주인의 재인수-고의부도-충북투금의 인수실패-원주인 가족 인수-효산계열사인 동림 CUBR인수등 이 호텔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설립 14년동안 주인이 무려 5차례나 바뀐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 호텔에 1백억원의 돈을 빌려주었던 조흥은행은돈도 못받고 무진 고생을 하다가 두달전 가까스로 돈을 받았으나이자까지 치면 20여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이 호텔에 무려 1백56억원을 대주었던 충북투금은 아예 경매로 이 호텔을 샀다가 서류상 하자로 구입에 실패했고 사장등 간부진은 원주인인 김동섭씨의 고의부도와 관련돼 구속까지 됐다.
뒷거래 입찰에 나섰던 충북투금은 그야말로 혼쭐이 났다.물린 돈 때문에 회사자체가 멍들었고 최근 가까스로 당시 물린돈 1백56억원중 1백억원을 회수했으나 56억원은 떼였다.
경매에서 법원 감정가로 6백6억원에 나온 이 호텔을 지난 4월 2백40억원의 헐값에 산 효산계열이 지난 10월 잔금 1백92억원을 내자마자 한달만에 효산 주력기업들이 잇따른 부도사태를 맞고 있다.이로써 호텔의 운명은 다시 안개속으 로 빠져들게됐다. 이에대해 부동산가와 금융가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반포에서부터 리버사이드호텔까지는 터가 세고 돈이 모이지 않는다.리버사이드호텔 위치는 물이 흘러가는 곳이고 모래밭이다』고 말했다.원래 물이 흘러가는 곳은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설립 때부터 무리한 자금이 부담이 됐고 그뒤 금융권의 대출과정에서도정도(正道)를 어긴 경우가 많았으며 따라서 리버사이드호텔의 수난은 하나의 교훈이다』고 말했다.
〈金光洙.吳泳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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