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선 낮게 평가됐지만 주유가 제갈량보다 큰 인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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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접어든 촬영현장은 오후 4시30분이면 해가 진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우위썬(61)감독은 특유의 차분하고 진지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광동어를 쓰는 홍콩에서 자랐지만 본토 중국어에도 능했다. 대만출신 부인 덕분인 것 같았다.

Q.영화를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로 떠났다가 중국에 돌아왔는데.

 “중국영화가 찍고 싶어 돌아왔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몇 편을 찍었고, 성공한 영화도 있지만 너무 상업적이고 의의를 찾 기 힘들었다. 앞으로 미국영화를 안 찍겠다는 게 아니라,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중국영화가 그동안 다방면에서 많이 발전했다. 요근래에 대작영화도 많고, 액션영화, 무협영화, 또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예술영화 등 다양한데, 나는 또다른 방법으로 중국의 정신을 영화를 통해 세계에 알리고 싶다.”

Q.‘적벽대전’을 소개한다면.

 “겉보기처럼 단순한 무협영화가 아니다. 인물군상, 전략과 전술, 인간적인 행위와 정신세계, 작은 나라가 힘을 합쳐 큰 나라와 맞서는 용기와 기회가 담겨있다. 2000년쯤 전에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한국 사람도, 프랑스 사람도 납득하고 좋아할 법한 영화다. 특히 전설이 아니라 있을법한 이야기로 젊은이들이 공감하게 만들고 싶다. 과거에 홍콩영화를 한국에서 많이 보고 좋아했고, 요즘에는 한국영화가 또 그렇지 않나. 인간적인 진실함은 국제적으로 통한다.”

Q.제갈량(촉나라 유비의 책사) 보다 주유(오나라 손권의 책사)가 주인공인데.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은 아직 새파랗게 젊었고, 그 후에 더 큰 인물이 된다. 적벽대전의 큰 인물은 주유다. 삼국지연의(나관중)에서는 주유를 굉장히 낮게 평가하는데, 다른 역사서를 여럿 보면 주유는 제갈량을 한번도 질투하거나 모함한 적이 없다. 문무를 겸비했고, 음악도 잘 알고, 배포가 넓은 사람이다. 유비와 힘을 합쳐 조조를 이기는 단결력을 발휘했다.

 사실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자다. 우정과 의리를 갖췄고, 자기 여자를 제대로 사랑하는 사나이다. 당시 제갈량은 27세, 주유는 33세였다. 진청위와 량차오웨이를 캐스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들이 본래 가진 매력과 맞아떨어진다. 요즘 젊은이들이 봐도 친구나 주변사람처럼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했다.”

허베이성=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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