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蛇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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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족(蛇足)은 뱀의 발을 뜻한다.그러나 발을 가진 뱀은 없다.그래서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가리킬 때 사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본디 「화사첨족(畵蛇添足.뱀을 그리면서 발까지 덧붙임)」이라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초(楚)나라에 사당(祠堂)을 가진 자가 있었다.하루는 사당지기 몇 명에게 술 한병을 주었다.사당지기들은 난감했다.같이 마시자니 얼마 되지 않고 그렇다고 혼자 마실 수도 없고….
중국 사람들도 우리처럼 뱀을 참 좋아한다.그래서 생각 끝에 뱀을 안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뱀이 당장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서 땅에 뱀을 그려 그것을 안주 삼아 먹기로 했다.다만 술은 뱀을 제일 훌륭하게 그린 사람이 갖기로 했다.
다들 열심히 뱀을 그렸다.한 사람은 다 그려놓고 술 마실 궁리만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가 더 잘 그렸다며 술병을 나꿔채는 것이었다.알고보니 그 사람은 뱀의 다리까지 그려놓았다. 그러자 맨 처음 그린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원 참! 세상에 발 달린 뱀이 어디 있나?』 그러면서 다시 술병을 빼앗아 마셔버리는 것이었다.그 사람이 항의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다들 자기 보고 어리석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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