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기업의대북투자전략>4.코오롱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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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코오롱그룹(회장 李東燦)의 대북(對北)투자 전략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사뭇 신중한 편이다.
코오롱상사를 창구로 이미 90년부터 대북직교역을 하고 있는만큼 대북투자의 문제점과 한계를 어느 기업보다 더 많이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상사는 91년4월 북한의 조선방직에 제3국을 통해 플랜트형식으로 수출한 양말제조설비의 외상대금을 받지 못해 최근 한국수출보험공사에 약 1백만달러의 사고보험금을 신청한바 있다.2백18만달러어치의 설비를 수출하고 5년동안 양말용 원부자재를 공급하면 조선방직이 생산한 양말을 코오롱측에 넘기는 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거래는 북한의 금성은행이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으나 작년 3월이후 남북관계 급랭과 함께 북측의 양말제품 선적이 끊어졌고나머지 외상대금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코오롱측이 급기야 보험사고로 처리했던 것.
최근 남북경협 무드로 북한측의 양말공급은 재개됐지만 코오롱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에 초기 대형투자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게 됐다.그러나 코오롱그룹이 대북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웅렬(李雄烈)부회장이 시간 있을 때마다 『투자만 허용된다면내가 먼저 북에 가서 대단위 화섬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듯이 그동안 대북투자의 구체적인 방안마련을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돼 왔다. 최근 북한당국으로부터 제3국을 경유해 방북초청장을 받은코오롱은 정부가 방북을 승인하면 실무진을 이끌고 북한에 가서 북측 고위관계자들과 임가공확대.투자보장.상설사무소 설치등에 관해 상담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에는 실물투자보다 임가공교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지켜본 뒤 투자안전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는대로 그룹의본업인 화섬부문부터 투자할 계획이다.
나진.선봉에는 나일론원사를 비롯해 제직.봉제공장등 원사에서 의류제품까지 일괄생산하는 화섬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코오롱의 신중성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역라인 구축 계획에서도엿보인다.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를때까지 상당기간 남북간 돌발사태 발생에 대비해 미국의 현지법인등 제3국을 통해 북한과의 교역을 진행시킨다는 것이다.
코오롱이 이번 방북계획중 주요 현안으로 삼고있는 것은 상설사무소 설치문제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그동안 임가공교역을 통해 제품검사와 기술지도등 현지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코오롱은 평양에 사무소설치가 어렵다는 자체 판단아래 차선책으로 나진.선봉지역도 검토하고 있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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