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16 전투기서 가상 미사일 요격 … 새 MD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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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F-16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로 가상 적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MD)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실험은 3일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 미사일 실험장 상공에서 이뤄졌다. 실험장에서 가상 적국의 목표 미사일(실험용 오리온 로켓)을 쏘아 올리자 F-16 전투기는 목표물과의 거리를 100마일(약 160㎞) 안으로 좁힌 다음 두 발의 AIM-9X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험에 여러 차례 성공했다. 그러나 공중에서 전투기를 이용해 가상 적국의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실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가상 적국의 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에서 곧바로 떨어뜨린 것도 처음으로 알려졌다.

릭 레너 미사일 방어국 대변인은 4일 "목표 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에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실험은 적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목표 미사일이 발사된 지 2, 3초 뒤에 요격할 수 있으려면 전투기가 발사 지점의 160㎞ 이내까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방어 지지동맹(MDAA)의 리키 엘리슨 회장은 "지상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과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요격 미사일로는 목표 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에서 격추하기 어렵다"며 "목표 미사일을 비행 추진 단계에서 잡는 실험을 계속하는 건 미사일 방어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15를 비롯한 미국의 다른 전투기와 외국의 전투기, 무인 항공기도 같은 미사일 요격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을 고안한 군수업체 레이시온은 "적국의 미사일을 발사 초기인 비행 추진 단계에서 격추할 경우 요격 비용도 절감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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