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스타킹의 내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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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회사원 K(23)양은 출근길 전철안에서 옆사람 구두에 다리를살짝 스치면서 스타킹 올이 나가고 말았다.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회사에 온 K양은 매점부터 들러 스타킹을 사 신고는 겨우 안도의 숨을 쉴수 있었다.
그러나 K양은 짜증이 나 견딜수가 없었다.출근길에 스타킹을 버리는 황당한 경우를 당하고 나니까 하루종일 속이 상했다.
경제적인 손실은 차치하고 심리적인 소모가 너무 컸던 까닭이다.점심때 동료들과 그날 아침의 스타킹 사건을 얘기하다가 우리나라 여성들이 1년간 버리는 스타킹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생겼다. 그리고 질기다는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이 왜 이처럼 쉽게 상하고 마는걸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마침 잘 아는 업계관계자가 있어 이에 관해 물어보았다.
스타킹은 현재 남영(비비안).신영(비너스).태평양(라보라)등메이커.비메이커 제품을 통틀어 시장규모가 약 1천5백억원가량 된다.스타킹 가격은 켤레당 4백원짜리부터 10만원이상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단가는 1천5백원이라는 설명이었다 .
계산기를 두드려본 K양은 한햇동안 약 1억켤레의 스타킹이 생산돼 팔리고,그것이 오래가야 3~4일후 버려진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런데 1억켤레의 천문학적인 숫자를 무게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이는 훨씬 복잡했다.판타롱.밴드.팬티스타킹 무게가각기 다른데다 생산량도 모두 차이가 나고 같은 밴드스타킹이라도일반.고탄력제품이 또 다르기 때문이었다.
K양은 여러 변수를 종합해볼 때 일반 밴드스타킹 무게 13g(포장포함)을 평균으로 보고 산출하는 것이 비교적 수치에 근접할 것이라 결론지었다.따라서 13g에 1억을 곱하면 약 13억g,㎏으로는 1백30만㎏,t으로 따지면 1천3백t의 양이었 다.결국 3~4일 신고 버리는 스타킹의 양이 1.5t트럭 8백67대분이나 되는 셈이다.
이처럼 엄청난 양이 버려지는데 안떨어지는 스타킹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나일론 원사의 데니아수(굵기수치)가 20을 넘는 것으로 짜면 질긴 스타킹을 만들 수 있다.그러나 여성들이 신는 얇은 스타킹의 경우 데니■수 10~20 사이의,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는 나일론 원사로 짜니까 잘 끊어진다는 것이다.그러면 왜 굵은 원사로 짜지않고 가는 원사로 짜서 올이 잘나가게 하는 걸까.혹시 잘 떨어지게 해서 스타킹 한켤레라도 더팔려는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K양은 이런 생각도 들어 따져봤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볼때 내구성있는 스타킹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단가가 너무 높아 시장성이 없다는지적이었다.
결국 여성들이 질긴 것보다는 올이 가는 것으로 얇게 짠 것을선호하기 때문에 「실용성」과 「패션성」이라는 두마리 토끼 가운데 「패션성」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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