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母女 족벌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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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심리학에선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어머니에게 반감(反感)을 갖는 무의식적인 경향을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트로이원정(遠征)의 그리스군 총사령관이었던 미케네왕 아가멤논은 10년간의 원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그러나 바로 그날 밤 아가멤논은 왕비 클루타임네스트라와 간부(姦夫)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살해된다.아버지의 살해자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던 딸 엘렉트라와 아들 오레스테스는 서로 힘을 합쳐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엘렉트라에 관한 얘기는 그리스 신화나 전설에 나오지 않는다.
호메로스의 작품에도 그녀의 동생 오레스테스에 관해서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엘렉트라의 존재는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인 에우리피데스가 그린 아트레우스가(家)의 피비린내나는 이 야기에 중요인물로 등장한다.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에서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외국에서 돌아온 동생과 만나 복수를 모의해 동생은 간부 아이기스토스를,그리고 자신은 어머니를 살해 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미묘한 것이다.특히 정치에서 그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파키스탄의 부토총리와 그의 어머니의 정치적 대립관계는 유명하다.
지난 9일 스리랑카 대통령선거에서 스리랑카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된 찬드리카 쿠마라퉁가는 족벌정치(族閥政治)로 유명한반다라나이케 집안 출신이다.지난 59년 암살당한 남편을 이어 세계 최초의 여성총리로 당선돼 세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시리마보반다라나이케前총리의 딸인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어머니와 적대(敵對)관계에 있었다.그녀가 집권당인 인민동맹당을 이끌고 있음에 반해 어머니는 야당인 스리랑카자유당 지도자로서 정부에 대해 신랄한 공격을 가해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녀간에는 공통점이 많다.두사람 모두 강한 정치적 야심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남편이 암살당한 뒤 정치에 뛰어든 것도 공통점이다.쿠마라퉁가 신임 스리랑카대통령은 14일 반다라나이케前총리를 총리에 임명 함으로써 세상에 둘도 없는 딸 대통령-어머니 총리시대를 열었다.야심많은 두 모녀의 정치적 상하관계가 문제없이 잘 유지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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