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고구려 재발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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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무용계를 중심으로 공연예술을 통한 고구려 재발견 붐이 일고 있다.국립무용단(단장 조흥동)은 23일부터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고구려의 제천의식「동맹」등 옛 제사를 소재로 한 무용 『무천의 아침』을 공연하며,서울창무극단(대표 오현주 )은 24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고구려 건국설화를 소재로 한 창무극(唱舞劇)『유화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다.또 서울예술단은 내달 6일부터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을 소재로 한 서사 무용극 『고구려의 혼』을 선보인다.
이는 학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고구려 재발견 붐에 덧붙여 세계무대에 내놓을 우리작품 개발을 모색하는 이들 단체가 보다 화려하고 능동적인 민족극 제작을 위해 한민족사를 통틀어 가장 강성했던 고구려를 즐겨 소재로 선택하기 때문으로 풀 이된다.
이들 공연은 특히 무용총 등 고대 고구려 벽화를 통해 당시의복식과 춤사위 등 잊혀져가는 문화를 재연해내는데 역점을 두고 있어 민족문화의 보전과 재발견이란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는것으로 평가된다.
국립무용단의『무천의 아침』은 부여의「영고」,고구려의「동맹」,동예의「무천」등 고대 3국의 제사를 무대위의 춤사위로 재연해낸창작무용극.고구려 벽화에서 발췌한 안무를 주제와 연결하는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특히 삼실총의 행렬도, 무용총의 무용도등을 바탕으로 한 고구려의 춤사위가 주목거리.고구려 춤에 대한 고증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 고유무술인 태껸과 전통민속무인 북춤등의 춤사위를 원용해 옛 춤사위를 재연한다.
특히 복식전문가 허영씨가 고구려벽화를 고증해 특별제작한 50종 2백50여벌의 무대의상도 관심을 끄는 부분.
구희서(평론가.작가)씨가 대본을 썼고 김효경(서울예전교수)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안무를 책임진 국립무용단 단장 조흥동씨가 10여년만에 직접 무용수로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30일까지평일 오후7시,토.일 오후4시.(274)1151 ~8.
서울창무극단의 『유화의 노래』는 고주몽이 북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우는 과정에서 자식과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머니유화부인의 희생과 모정을 그린 작품.판소리와 창극에 마당놀이.
민속춤.연극.궁중음악 등 전통예술장르를 망라하고 이를 현대감각에 맞게 풀어내 한국적 총체뮤지컬의 가능성을 타진한다.작가이자연출을 맡은 오현주씨는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기 위해 한민족의 기상을 가장 크게 떨쳤던 고구려 건국신화를소재로 삼게 됐다』며『일본의「노 」「가부키」나 중국의「경극」에견줄만한 민족적 양식의 공연예술을 완성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주인공 유화부인역에는 탤런트 김민정이 캐스팅됐고 뮤지컬 전문배우 고인배가 대소왕자역을 맡는다.28일까지 오후4시.7시.(745)5245.
서울예술단의 『고구려의 혼』은 무용총의 수렵도.무용도 등에 등장하는 벽화인물을 오늘의 무대로 되살려내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과 예술성을 형상화한 작품.상징과 색채의 조화를 통해 언어적 기법을 살려낸 점이 기존의 역사소재 무용극과 구별된다.
예술단의 최성철씨는 『북방국가 고구려의 역동적 문화를 재연해냄으로써 세계로 웅비하려는 오늘의 한민족에게 시대를 격한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되새기려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국립국악원의 김철호씨가 정악을 바탕으로 곡을 썼으며 최근『텔레비전』등 문제작을 통해 신예 연출가로 주목받는 황두진씨가 연출을 맡았다.무대는 신선희(무대미술가협회 부회장)씨가 타원형 고분형태로 제작,무용총의 내부를 그대로 형상화했다 .12월6~8일.오후4시.7시.(523)0984~7.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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