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기업의대북투자전략>1.의류업체 (주)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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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방침 발표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기업들의 북을 향한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북한당국의 방북 초청장을 받은 일부기업들은 방문일정을 타진하는등 경협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그동안 음으 로 양으로 대북경제협력에 힘써온 업체들을 찾아 거래추이와 앞으로의 전략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의류업체인 ㈜신원은 대북(對北)진출을 희망하는 중견기업들 가운데 우선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업체로 꼽힌다.무엇보다 박성철(朴成喆.55)신원그룹회장의 의욕이 남달리 강한데다 임가공 교역확대를 주로하는 투자계획이 정부가 제시하는 소규모 투자우선의 가이드라인에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북한진출의사를 밝혀온 朴회장은 올 봄 사내에 대북교역을 담당하는 전담팀(전무1명.실무진4명)을 설치하고 직접 진두에서 지휘하고 있다.신원은 지난 6월 북한과의 첫사업으로 조선광명성총회사와 임가공계약을 체결,남자용 캐주얼 바지 1만2백장(약10만달러어치)을 북한 현지에서 봉제해 전량을 일본으로수출했다.중국무역업자를 통해 북한에 지불한 임가공료는 6천4백50달러.이는 국내의 10%수준이라는 것.
인천항에서 의류원단과 작업지시서를 중국 톈진(天津)으로 보내면 중국의 북한무역회사가 다시 북한으로 원단등을 가져가 봉제과정을 거치는 수순을 밟았다.
완제품을 같은 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데까지 선적.임가공기간을 합쳐서 약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북한팀 담당자는 설명한다. 김응준(金應濬)기획부 주임은 『북한과의 첫 교역에서 느낀 어려움은 톈진까지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그 후부터는 북한측의일방적인 계약이행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애로사항은 신원뿐만아니라 대북교역업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교역의 문제점으로 이번 남북경협활성화 조치발동으로 업체들은 『제품검사를 위한 기술진 파견이 매우 절실한 사안』이라고입을 모은다.
金주임은 또 『반입된 완제품의 품질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비해 다소 낮은 편이지만 기술진 파견이 이루어질 경우 국내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한다.
신원은 정부의 남북교역활성화 방침발표를 계기로 우선 임가공교역량을 대폭 늘려나갈 방침이다.
바지에 국한된 임가공품목을 재킷.가방.니트.스웨터등 신원에서생산하는 중저가 전품목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대북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투자보장제도를 마련하는대로 신원종합건설.신원월드등 계열사를 통해 북한지역내의 사회간접자본건설.위락단지조성등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신원의 朴회장은 『투자안전장치만 마련된다면 앞으로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북한현지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등동남아 국가에 있는 현지공장을 북한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여기에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직 북한으로부터 정식 초청장을 받지 않아 구체적인 방북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으나 초청장을 받는대로 북한을 방문,북측 고위관계자와 사업계획을 다각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개발사업에도 협력업체로참여하고 싶다고 朴회장은 강한 집념을 보였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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