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가격파괴가 정착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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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①선진국은 유통 발전사가 가격파괴의 연속인 반면 국내에서는 최근들어 일부 유통업체에 의해 시도되면서 제조업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②진정한 가격파괴는 인건비.관리비등 원가절감과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노하우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③가격파괴를 통해 제조업체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보다 효율성을 높일수 있는 상호보완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우선 가격파괴라는 말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가격파괴란 한점포가 기존의 타점포보다 상품값을 훨씬 저렴하게 판매함을 뜻하는 것인데 이러한 유통업체의 가격파괴현상은 미국등 선진국에서는매우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며 최근들어 갑자기 들리는 말이다.
선진국에는 오래전부터 유통산업이 성장해왔고 제조와 유통이 분리돼 최종소비자 상품가격을 유통업체가 주로 결정해온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통업의 성장이 미흡한 상황에서 제조업체가 자신의 유통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최종소비자 상품가격을 제 조업체가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유통업체의 가격파괴란 발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유통업체들이 갑자기 성장하고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제조업체에 대한 힘을 갖게 되고 유통업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가격 파괴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이 일찍부터 성장한 미국의 경우 유통업의 성장과정자체가끊임없는 가격파괴의 과정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근대소매업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백화점이 수십년동안 성장한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양판점이 나타나 가격파괴를 선도하면서 백화점을 곤혹속으로 몰아넣은 바 있고 대공황으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던 지난30년대 슈퍼마켓이 등장해 식품부문의 가격파괴를 선도하면서 기존 식품점들을 쇠퇴시켜왔다.
더구나 50년대부터는 유명브랜드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할인점들이 급속히 성장해 백화점과 양판점이 쇠퇴하는 직접적인 동기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미국소매업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 도 했다.
이 당시 유럽에서도 하이퍼마켓이라는 초대형의 창고형 소매점이등장해 소비자들을 흡인하기 시작했고 현재 유럽소매업계는 하이퍼마켓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세계최대 하이퍼마켓업체인 프랑스의 카르푸르社가 우리 한국에도 최근 상륙했다.
한편 도매클럽이란 초대형 「회원제 창고형점포」가 일찍부터 유럽에서 성장하고 있었는데 60년대에 프라이스라는 사람이 이를 미국에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둬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됐고 최근 4~5년전부터는 대만.일본등 아시아국가에도 도매클 럽이 도입됐으며 바로 얼마전 한국에도 신세계에 의해 프라이스클럽이 개점됐다. 그런데 가격파괴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진정한 가격파괴란 「좋은 물건을 싸게」파는 것인데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서 어떻게 수지를 맞출 수 있겠는가.그렇기 때문에 가격파괴를 이끌기 위해서는 점포경영의 모든 분야에 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직원도 극소수만 모집해인건비를 낮추고 점포도 허름한 창고형태로 만들고 인테리어비용도최소화하고 각종 집기도 생략하거나 경제적으로 들여오고 모든 판매및 일반관리비도 아낄 대로 아껴서 가 능한한 최소의 비용으로점포를 경영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파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물건을 싸게 들여올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릴것인지,잘 팔릴만한 물건을 어느제조업체가 싸게 공급할것인지를항상 조사.분석해야 하며 그러한 싸고 좋은 물건을 제조업체로 부터 일시에 대량구매해 파격적으로 값싸게 구입할줄 알아야 한다싸게 들여와야 싸게 팔수 있기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유통업체는 제조업체에 좋은물건 싸게 달라고 계속 졸라대고 제조업체는 어떻게 하든지 제값을 받으려고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게 된다.
그러나 가격파괴 소매점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그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결국 어느점포나 소비자가격이 일정해야 한다는 한국적 논리는 무너질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가격파괴 소매점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판매물량이 많은 가격파괴 소매점들의 요구를 제조업체도 받아들일수밖에 없게 되며 이렇게 되면 결국 제조와 유통위 분리가 실현된다.
즉 제조업체는 생산에만 전념하면되고 좋은 제품만 만들면 유통업체가 알아서 판매해주기 때문에 좋은 제품 만들기에만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그리고 유통업체들도 각자의 능력에 따라 상품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치열한 경쟁속에서 경쟁력있는 업체만 성장하게 되며 결국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수 있는 소비자위주의 생산.유통체계가 형성된다. 즉 제품의 생산.유통.소비가 더없이 효율적인 체계속에서 진행되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전문화되고 효유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파괴소매점이 향후 국내에서 얼마나 발전.성장할수 있을지는 소매점 자신에 달려 있다. 경영 각 분야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좋은 물건을 싸계 들여올수 있는 능력을 축적해야하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파괴가 진정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 자신의 피나는노력이 필요하고 제조업체의 협조가 필요하며 정부.사회.소비자 각자의 지원사격이 또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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