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공염불된 외부인 집회 不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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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3일 경희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는 집회 성격이나 진행의평화성 여부를 떠나 주최측은 물론 대학당국들에 대한 일반의 불신을 다시 초래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소위 「주사파(主思派)파동」을 겪으면서 총장들이나 교육당국이수차 천명한 대국민 약속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2학기부터 학사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겠다」며 『외부인의 학내시설 이용을 일절 불허한다』고 선언한것이 불과 두어달전 일이다.
8월4일 김숙희(金淑喜)교육장관이 국회교육위에서 이같이 답변한뒤 같은달 19일 전북구례에서 열린 국.공립대총장 협의회에서같은 내용의 결의문이 발표됐었다.
전국 국.공립대 학생처장들이 회의를 갖고 『학내문제에 적극적대처가 부족할 경우 문제발생의 소지가 생긴다』며 『외부인의 학내시설 이용을 막는등 학내 현안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처한다』고 똑같이 다짐한 것도 그 며칠뒤 일이다.
고려.연세.한양대등 많은 대학들이 같은 내용의 선언을 강한 어조로 반복했고 경희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 중.고교장들의 모임인 한국중등교육협의회는 이같은 바람이불자 『대학당국들의 노력과 의지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좀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그러나 이번 집회로 무산돼버렸다. 집회 주최측은 지난달 29일 한마당공연 행사를 가질 때도경희대측의 장소사용 불허 통고에 아랑곳없이 행사를 강행했고,학교측은 그들을 고발했다가 학생들에 의해 학생처 집기가 들려나가는 봉변을 당했다.
13일의 집회도 학교측의 불허통고와 상관없이 강행됐고 결국 교육당국이나 대학측의 선언은 엄포내지 공염불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대학측 의사는 염두에 두지않는 주최측이나 주최측 고발방침만 밝힐 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마는 대학측,뒷짐지고 있는 교육부 모두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취업시험 준비를 위해 이날 도서관을 찾았다가 공부를 잡치고 말았다는 한 학생의 『서로들 말로만 외칠 뿐 달라진건 하나도 없다』는 항변이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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