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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飮酒는 肝에 치명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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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술 권하는 사회」.우리의 음주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이다.그러나 풋풋한 정을 교감하던 한 잔의 술이 과음으로 연결되면 이때부터는 약물로서의 알콜이 본성을 드러내 각종 건강장애를 일으킨다.특히 체력과 반비례해 이런저런 이유로 술자리가 많아지는 중년이후는 알콜로 인한 간질환이 가장 많은 연령층일 뿐 아니라 급성 술중독에 의한 사고마저 발생,주의가 요망된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술모임의 회장을 맡아 왔던H씨(54)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그는 최근 술자리에서 의식을잃고 병원에 실려 가던 중 사망했다.사인은 급성 알콜중독.직장인 건강검진에서 간질환에 대한 경고를 받았지만 평소 자신의 주량을 과신,호기를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장은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콜의 90% 이상을 분해.처리하는 기관.그러나 그는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는 폭음을 함으로써 분해되지 않은 알콜의 혈중농도가 0.4%라는 치사량을 넘게 되어 사망에 이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간이 1시간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콜량은 소주 60㏄ 정도로 3시간 동안 1백80㏄라면 간에 큰 부담을 안주고 하루 저녁 즐길 수 있는 양이다.간장의 알콜대사율,즉 약물처리능력은 30대에 정점(頂點)을 이루다 50대이후에 는 급격히 쇠퇴한다.젊었을 때 기분으로 술을 마신 후 아침까지 숙취가 남아 고통을 겪는 것은 이같이 나이에 따라 간의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
술이 센 사람들이 간장이 튼튼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속설. 고려대의대 소화기내과 서동진(徐東震)교수는『개인의 주량은알콜을 분해하는 효소의 양에 결정되지만 간의 해독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알콜로 인한 간세포 염증이나 간경변 등이 발생하는것도 간의 기능이 떨어지는 50대에 가장 많다』고 경고한다.소주 60㏄를 5년이상 매일 마시면 간에 중성지방이 쌓이는 알콜성 지방간이 되고 이런 사람들이 어쩌다 폭음을 하면 알콜성 간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특히 하루 1백㏄를 10년이상 매일 마실 때 알콜성 간경변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술은 어떻게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까.
점막이 파괴되고 혈중알콜농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공복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한다.술의 빠른 흡수를 막기 위해서는「배가 부르면 술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약간의 지방을 함유한 우유나 치즈를 먹어 두는 것이 좋다.단숨에 술을 들이붓는행위 또한 금물이다.급성 알콜중독을 야기하는 위험한 음주법이기때문이다.
위스키와 같은 독한 술은 빠르게 위장에 흡수되어 깊은 취기를맛보게 하기 때문에 주당(酒黨)들이 애용하는 주법이지만 알콜의존증으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특히 독주일수록 탈수현상이 심하므로 수분의 섭취를 늘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을 마시면 흡연량이 많아지는데 알콜이 발암물질의 흡수를 촉진,구강암과 식도암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어 자제가 필요하다. ***인 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서홍관(徐洪官)교수는『전날 술을 먹고 기억장애가 나타나면 알콜중독의 전조현상으로볼 수 있다』며『50대가 되면 몸에 들어가는 알콜의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맥주는 큰 병 1병,청주 1백80㏄,위스키 더블 1잔,와인은 2잔을 단위로 1주일에 10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주 2일,年 2~3주씩 2회이상 간을 쉬게 하는 휴간일(休肝日)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금주는 2일을 계속해야 간이 24~36시간 쉴 수 있어 효과적이다.
만일 급성 알콜중독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토하는 것이 상책이며 이때는 기관이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누워 자게 해야 한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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