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렬한 에로티시즘의 詩세계김인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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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여고를 졸업한 뒤 결혼해 20여년을 주부로 조용히 지내던 40대가 어느날 신들린듯이 시를 토해내기 시작했다.그것도 20대보다 더 강렬한 성적 이미지와 거침없는 표현으로 조용한 문단에파문을 던지고 있다.
92년『현대시』로 등단한 김인희(45)씨가 이번에 내놓은 시집 『별들은 여자를 나누어 가진다』는 「불의 오르가슴」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폭발할듯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보여준다.
『아들은 나의 바램이었다/내 사는 세상의 이름은 창녀촌/나는순결의 방법으로 밤마다/사내들을 껴안고 입맞추며 그 짓을 계속해 나갔다/내 사는 세상엔 사내는 수천 수만이나/여자는 단 하나뿐이었으므로/그것이 내 실존의 방법임을 고백하 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직설적인 성적 표현때문에 김씨의 시들은『현대시』에 연재할 때부터 주위로부터『시가 아니다』는 비난도 많이받았다.그러나 김씨는『에로티시즘은 자신이 우주를 해석하는 한 방법일뿐』이며『자신이 진정으로 시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 은음양이 합일된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전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돼요.아담의 갈비뼈로 이브가 탄생하는 성경의 서사구조와 비슷합니다.다만 그구원의 길을 천국으로의 비상이 아닌 이 땅위에서의 합일에서 구해보려했을 뿐입니다.이 시집의 중심이미지로서 여 자,자궁 등으로 비유되는 대지적 인간은 파편화되고 각질화된 인간성에 온기와물기를 주는 인간성 회복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불과 석달만에 샘물에서 물을 긷듯 이 시집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는 김씨의 시는 페쇄적인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고 언어적 형상화가 거친 약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에 들어간 듯한 신선함을 맛볼수 있다 .
대학생 오누이를 둔 김씨는『문학은 따로 공부한 적이 없으며 어느 날 몸안에서 뜨거운 물길 같은 것을 느껴 시를 뱉어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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