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방때 부실채권 회수 겨냥-해외 北정크본드값 왜 오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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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런던에서 유통되는 북한의 정크본드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크본드란 상환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증서화해서 유통시키는 것.북한은 이미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채무상환불능상태에 빠진지 오래다.이에따라 돈을 빌려준 서방채권 은행들은 일찌감치 돈을 돌려받기를 포기하고 장부상 대 손처리한 후 한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이를 정크본드로 내놓은 것이다.
이들 정크본드는 현재 호주계 ANZ은행,독일계 오스트베스트방크와 란데스방크,영국계 모건 그렌펠은행등 4개간사은행으로 구성된 북한채권유통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중심으로 소규모거래가 이루어졌다.
북한정크본드의 거래는 이 유통위원회에 등록한 후 개별접촉을 통해 이뤄지는데,중남미국가에 비해 규모가 워낙 작은데다 거래당사자가 대외노출을 꺼려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북한채권을 매집해 대북경협카드로 활용하는방안을 검토했으나 시장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사들일 경우 협상에실익이 없는데다 채권전액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분권을 행사하는데한계가 있다고 판단,검토단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기업쪽에선 일부지분을 확보,이를 대북경협사업과 연계시키는 방안을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북한의 정크본드를 사서 앞으로 예상되는 대북경협사업에 토지이용권등 북한내사업권과 상계하거나,국영기업민영화의 경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0년대 중남미 개발도상국의 외채문제가 국제금융시장에 최대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을때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개도국외채의 주식전환(Deat-EquitySwap)이 그 해결방안으로 제시돼 활용된 사례 가 많았다.
개도국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 외채를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여 이를 국영기업 민영화나 합작회사신설때 출자지분으로 전환하는것이다.이 경우 채무국입장에선 외채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외국기업을 유치할 수 있고,투자기업입장에선 투자자금 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은」 외채해결책으로 각광 받았다.
북한의 경우 국내기업이나 서방기업들 가운데 대북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고 정크본드의 가격이 아직은 낮아 앞으로 북한의 개방이 가시화되는 단계에 들어서면 채권의 주식전환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남북경협등을 통해 개방의 길에 들어섰을 때 대외금융거래를 재개하려면 그동안 누적된 부실채권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북한정크본드의 활용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즉 북한이 개방정책을 취했을 때 국제금융기구나 민간은행들로부터 개발차관을 들여오려면 과거의 떨어진 신용을 최소한도는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그동안 못갚은 외채의 상환능력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부실채권의 해결을 위해 손 을 내밀 것이란 얘기다.
이와관련,북한은 지난해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의사를 타진하는등 국제금융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북한이 자력으로 빚을 청산하지 못하면 결국 한국의 실질적인 자금지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정부차원의 약속보다는 민간기업에 의한 채무상계가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金鍾秀.金炯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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