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유화 일정 줄다리기-APEC 정상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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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亞太 경제협력체(APEC)18개 회원국중 16개 정상들과 2개 경제지도자들이 경륜을 겨루는 지도자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점 논의될 의제는 회원국들의 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문제.
그밖에 인력자원 개발.중소기업 육성.초고속 정보망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 확대문제와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도 논의된다.
얼핏 큰 논란거리가 될 만한 내용들이 없어보이지만 의제 하나하나가 사실은 제기한 나라들의 이익이 숨어있다.따라서 지도자들은 각 의제에 대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APEC전체 회원국의 이익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거나 외교적인 수사 를 통해 특정국가의 이익을 폭로하려는「머리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무역자유화=목표연도 설정문제로 가장 논란을 빚고 있다.APEC의 자문기구인 현인그룹(EPG)의 건의에 따라 정상들은 지난해 시애틀에서 역내 무역자유화의 필요성을 강조,EPG에 올해 회의에 맞춰 무역자유화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토록 지침을 줬다. 이 지침에 따라 EPG가 내놓은 방안은 선진국은 2010년까지,신흥공업국은 2015년까지,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완성한다는 3단계 방식.
EPG 의장이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인 프레드 버그스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은 미국등 역내 선진국들에 유리하다.
목표연도 설정 자체를 반대하거나 목표의 완화를 주장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개도국들이며 선진국들은 보다 급진적인 목표설정을 주장하는 사실을 보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이라는 의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회의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는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선진국은 2010년까지,개도국은 2020년까지 정한 지도자회의 성명(일명보고르선언)초안을 마련했다.
인도네시아 방안은 한국과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신흥공업국을선진국의 범주에 넣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 등이 당장이라도 무역자유화를 해야한다며 18단계로 목표연도를 설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따르면 미국과의 경제발전 차이를 감안,50년 뒤에도 무역자유화를 하지 못할 나라들도 최소한 25년 뒤에는 미국만큼 무역 자유화를 해야한다. 이같은 회원국간 입장차이는 결국 인도네시아가 제시한 2단계방안에 미국의 입장을 일부 반영하는 선에서 절충될 가능성이 크다.
그같은 절충안을 성립시키는데 있어 한국은 거중조정의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문제에 극단적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말레이시아를 각각 나눠맡아 설득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속통신망 구축=미국은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고속통신 기반구조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이미 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만이 독자적인 사업능력을 가진 첨단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으로써 미국의 기술과 경쟁하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시장지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金대통령이 지도자회의에서 통신정보산업 장관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함으로써 미국의 의도를 어느정도 견제하고중장기적으로 이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를 높이려 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자원개발=지도자들은 기업경영.산업기술.교육.관광등분야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반 훈련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활용하기 위해 회원국간 협력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합의할 전망이다. ◇에너지 환경=각국 정상들은 각국의 에너지정책및 에너지수급계획에 관한 정보교류,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기술과 에너지의효율적 사용을 위한 경험과 기술을 회원국들이 공유하기 위해 노력토록 APEC각료회의에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진흥=각국의 경제성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회원국간 중소기업 진흥을 위한 협력프로그램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가속화해야 함을 천명하고 APEC가 이를 위한사업에 착수할 것도 천명할 예정이다.
이처럼 APEC정상회담은 각국의 이해를 주장하고 상대방의 이해를 견제하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물론 그같은 머리싸움을 벌이는 지도자들이 화를 내거나 얼굴에서 웃음을 지워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자카르타=康英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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