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다 빈치와 빌 게이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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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한가,과학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한가.『모나 리자』『최후의 만찬』등 불후의 명화(名畵)들이 예술가로서의 이미지에 비중을 두는데 주저하지 않게 하지만 수많은 과학적 업적또한 그가 남긴 예술적 업적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따라서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그 자신도『회화는 과학이고,화가의 관찰은 한가지 현상에만 국한돼서는안되며,모든 존재를 관찰해 그것을 구명하고 재현시켜야 한다』는말로 예술과 과학의 상관관계를 암시한다.서구(西歐)의 예술사나과학사에서도 예술가냐,과학자냐의 비중문제보다 그로 인해『삶이 보여주는 저 변화무쌍한 스펙터클의 시대가 막을 열게 됐음』에 더 큰 의미를 부 여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이 어떤 관계구도 위에 놓여 있든 사람이 두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인간의 재능에도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선 재능의 분산(分散)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인간의 두뇌가 발달 할대로 발달하고,사회구조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두가지 이상의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꼽을만한 사람이 흔히「컴퓨터의 황제」로 불리는 미국(美國)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이다.하버드대 2학년때인 85년 학교를 중퇴하고 컴퓨터업계에 뛰어들었을 때만해도 그는「철모르는 20세의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천재성을 보이면서 그는 불과 6~7년만에 미국 제1의 부자에 오를만큼 탁월한 경영솜씨를 과시했다.그의 재능은 소프트웨어와 경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생명공학.블랙홀에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 으며 무엇보다 여러 분야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탐구심이 앞으로 또다른「세계 최고」를 만들어내리라는 전망이다.
그 빌 게이츠가 다 빈치의 72쪽「과학 노트」를 고문서 거래사상 최고의 값으로 매입한 것도 우연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그가 예술적 감상(鑑賞)이나 투자 가치 따위를 생각했다면 차라리예술품을 매입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다음달 6일 中央日報주최로 호암(湖巖)아트홀에서 가질 강연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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