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현장>쌍방울 백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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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딛고 일어선 백인호(白仁浩.쌍방울)가 국내프로야구선수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의 기록을 전산화한다.
백인호는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기록전산화의 필요성을 절감,시즌이 끝나자마자 학원에 등록해 매일 2시간씩 강의를 들으며 컴퓨터 익히기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3백만원이라는 적지않은 돈을 들여 최신형 퍼스널 컴퓨터를 마련했고 훈련뒤 학원강의가 끝나면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밤을새운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 감만으로는 나날이 다양한 공을 던져오는 투수들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내 기록만이라도 전산화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백인호는 자신과 상대한 모든 투수들의 구질과 코스를 입력해 경기마다 활용할 계획이다.물론 구단기록원이 제공하는 기록이 있지만 직접 타석에서 상대하는 본인이 관중석이나 덕아웃에서 기록하는 기록원보다 더 정확하게 상대투수의 투구내용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껴왔었다.
또 한장 한장 손으로 쓴 기록지를 일일이 살펴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정확한 투구분석도 사실상 어려웠다.
김준환(金準桓)타격코치도 그 정성을 높이 평가,자신이 갖고 있던 방대한 자료을 백인호에게 주어 전산화에 활용하도록했다.
LG도 몇억원을 투자해 만든 전산시스템을 혼자서 만든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지만 구단전체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상대한 투수만의 기록을 다루는 것이기에 컴퓨터만 익히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이다.
막강 해태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다 91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해 양쪽 허벅지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던 백인호.누구도그가 다시 선수로 재기하리라는 예상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쌍방울로 이적한 올해 2할8푼1리의 성적을 냈고 당당하게 골든글러브 3루수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지금도 白의 오른쪽 허벅지에는 뼈대신 철심이 박혀 있다.
『성치않은 몸으로 남들과 똑같은 자세를 갖는다면 버틸 수가 없잖아요.』 재기에 성공한 백인호는 재활때 보여주었던 열정을 지금 기록전산화에 쏟아붓고 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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