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은不死鳥 목발소녀서 육상큰별 美루돌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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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60년 로마올림픽 여자육상 3관왕 윌마 루돌프(사진)가13일 자택(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2년전 얻은 지병인 뇌종양으로 숨졌다.54세.
루돌프는 로마올림픽 1백m에서 11초F로 비공인 올림픽 최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낸뒤 2백m에서도 24초F의 올림픽 최고기록으로 우승했으며 4백m릴레이까지 석권,당시로선 최초의 여자육상 올림픽 3관왕이 됐다.루돌프의 명성을 더욱 드 높인 것은 병마를 이겨낸 그의 인간승리 드라마-.40년 6월 美테네시주 클라스크빌의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태어난 루돌프는 4세때성홍열과 양쪽 폐렴에 걸려 고생하다 다리가 마비되고 말았다.꼬박 2년동안 의자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투병생활을 계속했던루돌프는 8세때에야 목발을 짚고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다.루돌프가 목발신세에서 벗어나기까지는 다시 3년.
그동안 루돌프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1주일에 한번씩 왕복 1백50㎞의 통원(通院)치료를 반복해야 했다.학교에서 돌아오면이웃 복숭아밭에서 엉금엉금 과일을 따거나 과일바구니에 농구공을집어넣는「놀이」도 실은 빼놓을수 없는 재활치료 의 한 방법이었다. 11세때 목발에서 「해방」된 루돌프는 이미 재미붙인 농구가 좋아 농구부에 들어갔다.고등학교때 게임당 평균 32.1점의가공할 득점력을 보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주위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루돌프의 「믿기 어려운 빠른 발」이었다.학교측은 순전히 루돌프때문에 부랴부랴 육상부를 창단했다.그냥 지나칠 뻔했던 그녀의 재능은 비로소 때를만났다.여고부육상을 단번에 석권한 루돌프는 1년 만인 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참가,4백m릴레이 동메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마침내 올림픽 3관왕을 이룬것이다.
은퇴이후에도 육상지도자로 활약하면서 「윌마 루돌프 재단」을 창설,불우청소년을 돕는 데 앞장서는등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이어온 루돌프의 삶은 TV드라마로 엮어져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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