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남성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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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구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사람들의 성욕(性慾)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오래전부터 권력을 쥔 통치권자들은 가당치도 않게 이런 궁리를 해왔다.그러나 모두들 실패했다.영국에서 공화제(共和制)를 선언한 크롬웰은 장차 병사들 을 더 충원하기 위해 아이 많이 낳기 운동을 벌일 묘안을 생각했다.
17세기 프랑스의 중상(重商)주의자인 콜베르도 인위적으로 국민數를 늘려 경제적 부흥을 꾀했다.때로는 종교까지 동원했다.그러나 성욕을 제어(制御)한다는 이들의 정치적 산술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당시에 그들이 얻은 교훈은 자연의 순 리에 따르는것이 지상(地上)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 제도가 잘된 북구(北歐)의 여러나라나 이웃 일본의 경우 이제 사람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아이들이 줄어들어결국 국운(國運)이 기우는 일을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을 어떻 게 출산대열에끼워넣느냐가 현안이다.한국은 출산율 감소와 함께 성비(性比)의파괴가 주는 고통을 아직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남녀의 비율이 자연의 순리를 깨뜨리는 정도에 이르렀다.
재작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성비는 여자 1백명에 남자는 1백14명 꼴이었다.그러나 그해 출생한 각 가정의 세번째 아이들을 기준으로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96%나 더 많고 네번째 아이들은 무려 1백29%나 초과했다.연령 차이를 감안하 더라도 이 아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신부를 맞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될지모른다. 인구학자들 사이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21세기초에는 먼저 타계(他界)한 남편의 시체를 놓고 아내들이 변소에서 히쭉 웃게 될 것이라고.그녀들에게는 보다 젊고 여유있는두번째 남편감을 선택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아내와 사별(死別)한 남편의 눈물 뒤에 미소가 있다는 오늘날의 농담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지금도 결혼시장에서 남성들의 재혼은 결코 쉽지 않다.태아 감별로 남자 아기만 골라 낳는 관습이 고쳐지지 않는한 남성들의 수난(受難)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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