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스포츠>복싱 폐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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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최근들어 복싱을 올림픽종목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논란이 다시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신성한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경기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이런 논쟁의 씨앗은 WBA 라이트급 세계타이틀전이 열렸던 지난 82년 11월13일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한 시저스팰리스에서 잉태되고 있었다.한국의 도전자 김득구(金得九)가 미국의 챔피언 붐붐 맨시니와 혈투를 벌이던중 맨시니의 강 타를 맞고 그만 숨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는 붐붐 맨시니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었다.인디언의 피가 섞인 맨시니는 1회KO로 아트 프라이어스로 부터 타이틀을 따낸뒤 80년대 초반 라이트급에서 천하무적을 자랑하던 선수. 게다가 신선할 정도로 진솔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경기에 나서면 야수로 돌변,화끈한 파이팅을 선보여 미국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도전자 김득구도 아트 프라이어스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승부가 날 것이라고 점치고있었다.
그러나 김득구는 예상외로 잘 싸웠다.그는 특유의 투혼을 발휘,13라운드까지 잘 버텼다.14라운드의 공이 울린뒤 맨시니의 라이트 펀치 두방이 번개같이 金을 강타했다.
金은 19초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KO패당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金은 뇌의 실핏줄이터졌고 의식을 회복하지못한채 4일간 식물인간으로 목숨을 부지하다 영원히 이세상을 떠난것이다.사각(四角)의 링이 사각(死角)의 링이 돼버린 셈이다.하지만 김득구는 강렬한 투혼정신을 한국국민에게 남겼다.또 金의 약혼녀는 한국에서 영혼결혼식을 올리는슬프고도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남겼다.
맨시니도 2년뒤인 84년 브램블에게 타이틀을 빼앗긴뒤 85년복싱계를 영원히 떠났다.
〈閔國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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