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공산주의5년>4.공산주의는 부활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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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5월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90년3월 집권,그동안 개혁을 주도해온 헝가리 민주포럼이 참패,제3당으로 전락했다.
대신 舊공산당의 후신인 헝가리 사회당이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얻는 압승을 거뒀다.
헝가리만 그런게 아니다.89년 개혁 시작 이후 7명이나 총리가 바뀔 정도로 정정이 혼미했던 폴란드도 결국 지난해 9월 선거에서 구공산당 계열의 민주좌파연합과 농민당이 승리했고,루마니아와 불가리아도 구공산당 계열의 정당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심지어 서독에 흡수통일돼 나라가 없어진 구동독지역에서도 구공산당 후신인 민사당이 지난 10월 총선에서 의회에 대거 진출,제3당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구공산세력들이 이처럼 권좌에 속속 복귀하고 있는 사실자체보다 어떤 의미에서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보량이나 지식에서유리(有利)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이들 과거 노멘클라투라(특권층)들이 경제적으로도 성공해 사회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폴란드.체코.헝가리 등지에서 벤츠를 모는 사람들의대부분이 실은 이들 구공산주의자들이다.요즘 동유럽 각국에서 유행하는「누보 리시」(신흥부자)란 말은 바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5년전 붕괴된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이 우리(구공산주의자들)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들이 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단지 구공산주의자들이 좀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현재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헝가리 집권 사회당의 제2인자인 임레 세케레스 부총리의 분석이다.
국민들이 공산주의가 좋다고 해서 선택한 것은 아닌 만큼 시장경제 추진등 그간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되 실업문제나 빈부격차등 새로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공산주의가 부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동유럽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이미 오래전에 대안없는 선택으로 굳어졌다.』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중심가에서만난 대학생 요조 페르네츠키군은 이렇게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어느정도 해소한 독일이나 스웨덴식의 이른바「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동유럽 각국의 시민들도「공산주의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결같이「아니올시다」였다.
결국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부활하는 것은 아니며 국민들이 과도기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공산주의자들의 능력을 잠시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프라하=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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