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온난화 재앙'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 200㎞ 해안방벽 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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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200㎞에 이르는 해안에 거대 제방을 쌓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남서부와 지중해, 호주 남부 등은 강수량이 줄어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 190여 개국, 1만여 명이 참가해 온실가스 감축 협상을 시작했으나 난항이 예상된다.

지표면이 낮은 싱가포르는 바닷물에 잠길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는 올 2월 지구 온난화로 금세기 중 해수면이 18~59㎝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달 보고서에서는 "해수면 상승의 상한선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물러섰다.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가 예상보다 급격히 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위원회는 남극의 10%인 서쪽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6m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싱가포르에는 끔찍한 재앙이다. 싱가포르 중심지와 항만, 창이공항 등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 2m 이내이기 때문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최근 "점진적인 해수면 상승에 맞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공공시설청과 싱가포르국립대는 네덜란드 제방업체인 델프트와 손잡고 공동 연구센터(SDWA)를 설립했다. 6700만 싱가포르 달러(약 430억원)를 투입,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응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겸임교수인 바보비치 블라단 SDWA 이사는 "해수면 상승이 싱가포르에 엄청난 도전이지만 이는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이 심각한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DWA는 제방을 쌓을 경우 기존 콘크리트 방식은 피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대신 환경 친화적이 되도록 바닷물에서 살 수 있는 맹그로브나 해초 등을 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온실가스 영향으로 앞으로 25년 내에 열대기후 지역이 남북으로 200~480㎞ 늘어날 전망이다. 아열대 지역이던 미국 남서부와 지중해, 멕시코 북부, 호주 남부, 아프리카 남부, 남미 일부가 열대기후지대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열대기후로 변하면 강수량이 줄어 사막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온실가스 감축 '2라운드' 협상인 제13차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개막했다. 14일까지 계속되는 회의에서는 교토의정서에서 정하지 않은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시작되는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다. 이규용 환경부 장관도 한국 정부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한다.

발리=강찬수 기자, 싱가포르=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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