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로 정신질환 치료-정신병리 국제심포지엄 발표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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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그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얼핏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림 그리기가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그림에는 정신질환의 유형에 따라다양한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를 거슬러 연구하면 정신질환의 유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신의학계에서는 그림 그리기가 정신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정신적 위기상황과 창조적 활동」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표현정신병리 국제심포지엄에서도 그림 그리기가 정신질환의 상태를평가하고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이부영(李符永)교수는『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환자의 그림은 점차 추상화로 변하는 경향이있다.그러다 회복기에 들어서면 점차 질서 있는 평범한 그림이 나오게 된다.그림을 통해 인격의 와해가 회복되는 과정을 볼 수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천재화가 이중섭(李仲燮)의 예를 들며『정신적 위기가 창조성으로 이어져 오히려 위대한 예술작품을 낳은경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들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형식과 반복적인 표현을 이용하며 느낌이 공허하다.사람의 내장이 훤히 비치는투시도를 그리기도 하고 사람을 기형으로 만들거나 심지어 사지를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작품이 갖는 공통점은 형식이 개개인에따라 모두 다르고 그 의미도 작품을 만든 환자 자신에게만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그림1〉은 자폐증인 5세 남아의「다섯 겹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집」으로 자아가 약해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섯 겹의 울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집」을 그림으로써 환자의 가족도 약해서 방어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림2〉는 자신의 몸에서 악취가 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를 피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17세 소녀가 그린것으로 그림 속의 그림자가 자신을 사로잡을 지 모른다고 설명하고 있다.이 말은 그녀가 콤플렉스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십자가가 있는 붉은 상자를 들고 있는데 이는 구원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은 환자가 만족스럽게 회복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그림이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것만은 아니다.
美피츠버그대 아이렌 제이콥교수(정신과)는『환자의 정신상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주변상황과 개인의 경험은환자의 작품에 영향을 준다』며『1,2차 세계대전 중이나 그직후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전투장면을 많 이 그리고 평화시에는 풍경이나 비활동적인 사람을 그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말했다. 〈黃世喜 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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