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북한,남한의 經協제의 왜 거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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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北韓)이 11일 남한(南韓)의 경제교류 제의를 거부하고비난까지 퍼부음으로써 북행(北行)길에 들떠있던 남쪽 사람들에게찬물을 끼얹었다.
북한 중앙방송이 이날 전한 조평통(祖平統)대변인 담화는『때늦게 던지는 그의 미소를 받을 사람도 없다』며 남쪽 제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담고 있다.
북한은 10일 저녁 관영 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1차 남쪽 제의를 비난한데 이어 이날 조평통 명의로 공식 거부 입장을 밝힌것이다.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은 했으나 격렬한 어조로 비난까지 얹어보냄으로써 모처럼 화해 미소를 보낸우리 정부당국으로선 여간 머쓱해진게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북한측의 태도를 무시하고 민간차원의 교류라는 점에서 기왕의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일원의 구본태(具本泰)통일정책실장도 정부의 조치는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방적인 조치라는 점에서정부정책 추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북한의 태도로 보아 당국간 접촉은 꺼리면서도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이날 조평통이 발표한 담화도 남쪽 당국만을 겨냥하고 있다.민간교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 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8일 경협재개 발표가 있을 것이란 사실이 이미널리 퍼져있던 5일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의 이성록회장이 남북교류에 관계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대거 이끌고 베이징(北京)에 와 한국측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남쪽의 여러 대기 업에서 파견된이사급 책임자들이 그들과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협의하고,초청장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이런 발빠른 대응은 당국간 접촉과관계없이 민간차원의 교류는 급속히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1단계 대북(對北)경협방안은 당국간의 직접적인 협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들이다.당국간의 접촉이 재개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경협을 좀 더 확대해 2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조평통 담화는『남쪽의 경제협력방안에는 아무런 구체적 내용도 없으며 새로운 것도 없다』고 비난하고,이런 경제협력방안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취임 이전에 마련된 기본합의서나 경제공동위등을 제대로 가동시켰으면 획기적인 전기가 됐을 것이 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핵문제를 전제조건으로 경제협력이나 관계개선을 거부하고 북한을 고립시켰으며,조문하려는 남쪽 인사를 탄압했다고 격렬히 비난하고『오늘에 와서 갑자기 우리를 향하여 미소를 던진다는 것은 참으로 역겨운 일』이라고 했다.북한은 또 당국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반북(反北)대결정책에 대한 사과▲국가보안법 철폐등을 요구했다.이것은 일단 당국간의 접촉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이처럼 당국간 접촉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 빠른 속도로 경제교류가 확대될 경우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고,남쪽 태도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경계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그동안 격렬히 남쪽 태도를 비 난해온 입장을 전환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오히려 경제분야 협력을 위한「합의서」와「경제 사회분야의 공동위원회」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 어서 주목된다.
통일원의 김경웅(金京雄)대변인도『당분간 북한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겠지만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국간 접촉과 협의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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