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의 經協정책전환을 보고-남북갈등에 화해의 출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제협력을 대북(對北)정책의 기조로 삼겠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책전환은 한민족을 대결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해방시켜 새시대를 개척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조평통의 성명을 통해 남한의 제의를 거부하고 있으나 우리가 끈기를 갖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북한도 언젠가는 호응해와 결실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한민족은 남북으로 나뉘어 내란과 전쟁,그리고 강대국들의 권력투쟁의 희생물이 되어왔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중에는 분단.전쟁 같은 민족적 비극이 강대국간 권력투쟁의 산물이었음을 잊고 대결과 상호불신이 남북한관계의 정상인 것처럼 믿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스스로「강대국의 족쇄」로부터 한민족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 조차 잊고 있다.
다행히 90년대 들어 우리 민족은 국내외 정세와 조건변화에 힘입어 우리가 지혜롭기만 하면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이제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그 기회는 45년해방이래 한국정치에서 한민족을 괴롭히던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왔다.그리고 최근의 김일성(金日成)사망으로 남북한 정치에서 김일성식의「빨치산」들과 이승만(李承晩)식의「무력통일론자」들이 명분과 설자리를 잃은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경제발전과 경제력을 중심한 총체적 국력이 크게 신장되어 있는 변화다.
5천년 역사에 처음으로 한민족이「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과 엄청난 경제력을 가졌다.이 경제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여부에 한민족의 장래가 걸려있다.
러시아.중국과의 국교수립을 성공시킨 한국의 북방외교를 가장 크게 뒷받침해준 힘은 바로 우리의 경제력이었다.그 경험처럼 남북한 관계의 개선도 경협의 길을 통하는 것이 가장 첩경이고 현단계에서는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남북한은 경제문 제,즉 경협영역에서 쉽게 상호의 공동이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정치영역에서는 아직도 상호간의 깊은 불신과 경쟁 때문에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만약 남북한이 경협에 성공해 상호간의 경제적 의존성이 형성되고 신뢰감이 어느정도 회복되면 경제적 협력관계가 정치.군사영역으로 확대돼 남북한 기본관계 변화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은 명확하다.
이러한 기대와 전망 때문에 이번 정부가 북한핵과 대북 경협문제의 연계정책을 수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단으로 높이 평가 한다. 남북한관계에서 한국이 누리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월등한경제력에 있다.이 영역에서는 북한도 한국의 지도와 지원을 받을수 밖에 없다.그런데도 남한쪽이 남북경협문제를 다른 어려운 정치.군사문제와 연계시켜 지금까지 시간을 낭비해왔다.
舊소련을 중심으로한 공산권의 붕괴 이후 북한은 그들을 지켜주던 군사동맹체제의 와해는 물론 외교적 고립으로 국제적 「고아」가 되어있다.더욱이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파산상태에 있다.
따라서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위협할 수있는 경쟁자도,적대자일수도 없고 벌써 한국의 관리대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의 경협제의를 거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점을 대북 경협정책을 수립하는데 깊이 고려해야 한다.또 자신을 갖고과감히 경협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협 시작은 남북한이 92년의「남북한 기본합의서」 정신과 내용을 실천하는 것으로 우리 한민족이 오랜 방황 끝에 민족의 생존의식과 이성을 회복하고 있는 현상이다.이제 우리기업인들이 평화와 통일의 사절로 북한에 진출해 한반도 전체가 진정한「제2의 해방」이 되도록 기여하는데 우리 모두 합심해 지원하자.끝으로 북한진출에 극히 경계할 것은 흡수통일론자들 같은과욕이다.절대 금물이다.과욕은 과거의 무력통일론자들 처럼 모든것을 망쳐 우리 모두를 다시 민 족의 죄인으로 만들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