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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기업 위기관리-기업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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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9면

어느날 갑자기 회사 전체가 잿더미로 바뀔 수 있다.또 특정 기업이 시공한 아파트나 다리가 무너져 수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있고 판매된 약품에서 독극물이 발견돼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기업의 활동영역이 광역화.다각화.국제화될수 록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위기의 종류도 더욱 복잡하고 많아지게 된다.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위기관리 준비태세와 문제점.대책 등을 외국의 사례와 함께 짚어 본다.
[편집자 註] 대형 사건.사고는 사회에 미치는 충격도 대단하지만 관련기업에도 운명을 뒤바꿔 놓을만큼 큰 타격을 준다.
낙동강 페놀사건과 공업용 쇠기름파동등은 해당기업들을 한때 존망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번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예외가 아니어서 시공회사인 동아건설을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사태추이는 앞으로 더지켜볼 일이지만 동아가 이번 사고에 대처하는 초기과정을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들 의 미흡한 준비태세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는 우선 초기대응이 어설펐다는 평이다.사고가 일어났을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일부 관계자들이『법적으로는 책임이없다』는 식의 발언을 흘림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자초했다.
사건초기의 이같은 책임회피적 태도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PR대행사인 버슨마스텔라 코리아의 정갑근(鄭甲槿)부사장은『위기가 닥쳤을 때는 법적 대응이나 피해보상등 합리적인 대응조치도중요하지만 회사의 입장이나 조치들에 대해 일반국민들의 정서적 동의와 동정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고 설명한다.
동아그룹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지 3일이 지나서야 對국민사과문을 내놓는등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효과적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늦어도 사건발생 6시간안에 사고내용과 이에 대한 회사방침이 언론에 전달돼야 하며 48시간안에 회사의 수습방안이 모든 관련기관이나 이해관계자.일반인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1년3월 발생한 두산그룹의 페놀누출 사건도 위기관리에 대한사전준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고를 감추려고만 하다 3일만에 발각돼 그룹차원의 위기로 발전한 것이다.두산은 또 직접적 피해당사자들에 대한 보상책임을 미루다가 대구시민들을 흥분시켰고 나아가 계열사 제품마저 全국민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붕괴위험으로 사회문제화됐던 포항 럭키아파트사건의 경우신속한 대응이 효과를 본 대표적 사례다.아파트붕괴 위험이 사회문제화 되자 럭키측은 아파트를 시가로 매입하고 회사돈으로 아파트를 다시 지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파문확산을 막았다. 이같은 신속한 결정에는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사건의 경우「소탐대실(小貪大失)의 계산적 자세를 버리고 해결에 나서라」는 그룹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봄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뒷바퀴 차축(車軸)이탈사고 역시 신속한 사후조치로 파문확대를 예방한 케이스.기아는 사고가 나자그때까지 팔린 8천여대의 차량을 모두 서비스센터에 입고시키는등이른바 리콜조치를 취했다.
***단계別 위기관리委도 지난해 7월 국내 최대의 항공기사고로 기록된 아시아나항공의 추락사고도 사고 규모에 비해 효과적인수습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고즉시 아시아나는 회사에 프레스룸을 설치하고 사고내용와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언론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한편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유족들에게도 당시 가장 높은 보상액을제시해 물의없이 합의를 이끌어냈다.
삼성과 선경.쌍용그룹등 일부 대기업들은 발생한 상황의 심각성에 맞게 단계적인 위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도록 하고 비상연락과 긴급대피계획,통신망 운영계획등 기본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추고있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공장별로 화재.폭발사고등 단순사고에 대해서는 응급조치나 복구대책등의 준비를 나름대로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치.사회.경제적 파장과 후유증이 큰 위기상황에 대해서는▲피해당사자에 대한 보상대책▲종업원과 관계당국.여론주도층에대한 홍보관리등의 사전준비와 함께 모의훈련까지 해두고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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