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토론회-남북經協 주제발표.토론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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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제발표자:황의각(黃義珏) 고려대교수 ▲토 론 자:이동복(李東馥) 민족통일硏 초청연구위원 ▲사 회 자:임동승(林東昇) 삼성경제연구소장 ◇장소:삼성경제연구소 임원회의실 ◇때:8일 오후2시 앞으로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핵(核)문제로 꼬여있던 남북 경협이 정부의 경협재개 방침발표를 계기로 활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8일 오후 연구소 임원회의실에서「남북경제교류,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란 주제의 긴급좌담회를 갖고 남북경협의 추진전망,정부와 기업의 대응자세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이날토론에는 황의각(黃義珏)고려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이동복(李東馥)민족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임 동승(林東昇)삼성경제연구소장(사회)이 토론자로 참여했다.다음은 주제발표및 토론 요지. [편집자註] 한반도에 역사적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김일성이 사망한 후 1백여일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내부정권질서에서의 조용한 조율작업을 마무리해 온 김정일과 북한당국은 예상했던 대로 한편에서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대한 재해석을통해,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핵문제 타결을 통해 대외로 북한경제의 개방과 개혁의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김정일에게 주어진 정치적 생존의 출구는 과거 폐쇄적 경제정책의 과오를 청산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경제를 개방해 외국의 선진기술과 자본을 도입,이용함으로써 85년이후 어려움에 처해 온 북한경제를 회복시키는 길밖에 없는 실정이 다.
김정일이 北-美 핵타결을 성취시키고 이어 북한경제의 개방쪽에경제정책의 역점을 두면서 남한의 기업인을 초청하고나선 것은 대단히 현명한 정치적 수완이다.
북한 당국의 남한기업인 방북초청과 나진.선봉등 북한의 경제특구지역으로의 남한 자본과 기술진출 희망표명에 대해 지난7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남북경협의 단계적 활성화 방안으로 화답함으로써 이제 남과 북은 경제적 협력의 새시대로 들 어서게 되었다. 남북한간 경제교류.협력은 남북한 당국의 경제 현실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통해 다가올 남북통일에있어서의 여러가지 마찰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경제적 측면에서 볼때,남북한 경제는 잠재적으로 상당한 보완성을 지니고 있다.남한은 북한의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남한경제의 산업구조조정 단계를 보다 용이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對북한경협과 산업재배치에 있어서 북한을 목표로 추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북한은 위탁가공산업,자유경제무역지대 활용,자원공동개발,제3국(시베리아등)공동개발 진출및 사회간접자본과 농업협력등의공동사업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남북한간에 쌍무적으로 타협이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는 해외동포와 외국기업을 참여시키는 컨소시엄형태로 경협을 추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경협을 추진하는데 있어 우리 정부는 제도와 환경조성에만 간여하고 가능한한 민간기업 중심으로 의사가 결정되고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물론 남한의 민간기업들도 대북진출의 주도권 경쟁으로 서로 대립하기 보다는 얼마동안은 북한 진출에 따르는 위험과 불확실성등을 고려,상호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것이다. 남북한간의 경협은 단순히 참가하는 기업의 단기적 경제실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장기적 이익을 겨냥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이라는 사회적 이익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북한의 새지도부에 기대되는 실용주의 노 선과대외개방의지를 남쪽의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국적 협력자세로 수용해 나갈때 비록 북쪽의 숨겨진 의도가 아직 있고 또 쌍방간 불신의 장벽이 두텁다고 할지라도 우리 민족은 이 모든 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동포애와 충분한 지난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적 지혜를 지니고 있다.적극적인 대북협력과 대국적인 국민 태도.접근은 모든 개인의 과거 원한과 감정을 뛰어 넘어 마찰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사회=정부가 발표한 조치의 주요 내용은 기업인.기술인의 방북허용,북한일부지역에 사무소 설치허용,5백만달러 이하의 대북한투자 허용등입니다.북한핵문제로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끊겼던 남북경협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지요.이번 조치는 그동 안 남북경협의 장애요인이 됐던 북핵(北核)과 경협의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특히 지금까지의 제안들에 비해 실천 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가공무역의 경우 양측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술자의 방북과 생산재의 도입,북한내 한국기업 사무소의설치가 최소한 필요한데 이번에 이런 조치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거액투자보다는 5백만달러이하의소액자본부터 허용한 것이 한 예지요.북한으로도 받아들이기 쉽고,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들만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의각교수=北-美 협상으로 핵문제에 대해 타결이 되면서 남북경협재개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됐어요.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더욱 가속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됩니다.
▲이동복위원=북한이 열악한 경제환경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선택밖에 없습니다.하나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자원을 군비확장등에서 경제개발로 돌리는 것이지요.다른 하나는 외국 자본에기대는 길입니다.
세습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가더 쉬운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어려움이 있지요.우선 해외자본이 북한의경제회복에 투입돼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입니다.또 해외로부터 자본도입을 하자면 일차적으로 필요한것은 사회간접자본등 하부구조의 정비인데 여기에 투입할 재원이 북한에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에 들어가려는 외국자본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입니다.당장 생각할 수 있는게 일본에서 받으려고 하는 보상금이나 경협자금과 미국에서 받으려는 경수로 지원자금정도지요.
▲사회=이번 조치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문제인데,그 해답은 북한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개방정책과 최근 북한이 처한 경제현실등을 따져보면 될 것같아요.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은 두가지로 요약됩니다.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입니다.80년대 후반부터는 성장률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있는데다 식량난도 겹쳤어요.
따라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경제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고 이를 위해 외국 자본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이 됐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방을 하면서도 현재의 체제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북한은 이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黃교수=북한의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5년을 전후해서입니다.폐쇄적인 경제운용의 결과지요.그래서 85년부터 합영법을 만들어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아웅산사태등 정치적 사건과 외채문제등으로제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어요.
또 옛소련등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이 끊기면서 북한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외국자본 특히 남한의 자본유입을 기대하고 있는상황이라고 봅니다.
▲李위원=북한이 외국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도 한정돼 있지만 이런 자금을 끌어들이는 태도는 여전히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이렇게 보면 북한 정책노선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것이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단기적으로 경협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얘기지요.그래서 단기적으로 탐색전 성격의 간헐적인 경협이 주(主)를 이룰 것으로 봅니다.
▲사회=남북 양측의 정부간 경제협력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李위원=북한의 대남정책이 아직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종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남북경협은 당연히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하지만 지나치게 희망적인 가정에서 출발하면 자칫 국론이 쪼개질 수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먼저 경협조건의 틀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경제인들이 대북 경협을 추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오히려 기업인들이 앞서가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북한이란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이런 식으로 너무 앞서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일본등에 비해 우리의 대북투자가 너무 쳐진다는 초조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남북경협은 북한이 수용하는 테두리안의 것에만 기대해야 하고,실제로 일본의 대북투자도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黃교수=물론 북한의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요.그러나 김일성사후에 북한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가정만큼은 가능합니다.
변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할수도 있지요.
▲사회=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장기적으론 민족공동체고,또 우리의 투자대상이자 파트너입니다.단기적으론 경제성이 적고 투자환경에도 문제가 많아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그래야 훗날 서로 보완적인 경제보조 를 이룰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당장은 위험이 적고 하기 쉬운 것부터조금씩 해나가면서 분위기가 성숙되면 점차 경협규모를 넓혀간다는생각이 많은것 같은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李위원=우리 기업들이 북한시장을 상대로 서로 경쟁하는 것은의미가 없습니다.당분간은 북한이 과당경쟁할 만한 시장이 아닙니다.기업들도 북한실정을 나름대로 알아보고 서로 모여 종합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우선 힘을 모아 대북투자를 보장받을수 있는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黃교수=북한도 점진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야 하지만 기업들도 단기적인 실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에 목표를 두고 대북경협에 나섰으면 합니다.
▲사회=기업들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는 있지만 경제는 당위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기업마다 냉정한 판단을 내려 각자에 맞는 방향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앞으로의 남북경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진단해 주십시오.
▲李위원=미국등 외국의 대북 투자도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대북경제협력테두리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도 북한과 미국.일본.유럽국간에 법적인 제한이 있어 경협이 안됐던 것은 아닙니다.위험부담이 걸림돌이었지요.따라서 우리도 허둥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요.
▲黃교수=시간이 문제입니다.정부는 투자보장등 제도적인 문제를해결하고 나머지는 기업에 맡겨야 합니다.정부는 교통정리만 하면되지요.또 민간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간의 대화가 정상화돼야 합니다.북한도 개혁없는 개방만을 고집하 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혁없이 개방만 한 소련은 망했고,개혁을 더 서둘렀던 중국이 성공한 예를 북한은 이미 봤기 때문이지요.우리 정부도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당분간 북한내에 완전개방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개방이 확대되고 결국 남한기업을 우선하는 쪽으로정책이 바뀔것으로 예상됩니다.우리 기업들도 이때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오랜 시간 감 사합니다.
[정리=李鎔宅.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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