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해부>해태 김응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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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시리즈 7회우승,국내프로야구 최다승(7백70승)의 찬란한업적을 쌓은 해태 김응룡(金應龍)감독은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의 승부사.해태에서만 12년째인 올해 4위에 그쳐 기대에 못미쳤지만 이미 3년 재계약에 합의,통산 1천승의 위업을 향해 지휘봉을 휘두르게 됐다.
「김응룡식 자율야구」는 올해 각광을 받은 LG 이광환(李廣煥)감독의 자율야구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金감독은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인 81년부터 미국 서던조지아대학에서 1년6개월간 야구수업을 받아 선진야구를 익혔다.덕분에해태 입단당시엔 가장 미국적인 야구를 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김응룡식 자율야구는 金감독의 카리스마가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하의상달」을 기본으로 하는 이광환 감독의 자율야구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았을 경우 책임져야 할 뒷일이 걱정돼 알아서 하게 되는 경우다.마음 에 들지 않으면 자율은 지독한 타율로 금새 바뀐다.
최근 마무리훈련을 자율에 맡겼다가 참가하는 선수가 줄어들자 1주일만에 무조건 전원참석을 명령한 것이 金감독의 스타일을 잘말해준다.
선수시절 홈런타자로 이름을 떨친 만큼 공격적인 선수를 선호하고 작전을 구사하기보다 선수들에게 맡기기를 즐긴다.
金감독 스스로 해태의 경기가 호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를『작전이다른 팀에 비해 적고 선수들에게 주문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밝힐 정도다.
또 선수판단기준이 확고해 한번 믿기 시작하면 충분한 기회를 주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부산상고를 졸업하자마자 막강 한일은행에서 4번을 맡았던 것처럼 한일은행 감독시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김용철(金容哲)을 4번으로 기용해 성공한 적이 있고 프로에서도 무명의 홍현우(洪弦佑)를 해태의 중심타자로 키워냈다.
반면 올해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선 타자가 모자랐지만 이병훈(李炳勳)과 송인호(宋仁鎬)를 엔트리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았다. ***취약점 카리스마가 강하다보니 인간적인 자상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태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종범(李鍾範)조차 감독하고 악수 한번 해본적이 없을 정도.고참선수들조차 金감독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다.
자연히 선수단 분위기를 깊이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재질이 있는 선수라도 金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버티기가 힘들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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