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생명은 고객 비밀인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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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검찰의 계열사 압수수색이 연사흘 계속되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휴일인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은 겉으로는 평온했으나 그룹 수뇌부를 중심으로 검찰 소환에 대비하는 등 매우 분주했다. 그룹 전략기획실 소속 임직원들은 이날 대부분 출근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과 언론 보도 등을 체크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가져간 전산자료가 워낙 방대해 도대체 무엇이 불거져 나올지 적잖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불법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외부 법률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도움은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틀 경기도 과천의 이데이터센터를 압수수색 당한 삼성SDS 관계자는 "검찰이 삼성증권의 모든 거래내역이 담긴 서버의 전산자료 일체를 내려받아 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내에선 계열사 경영진 추가 출국금지설 등 각종 루머와 출처조차 불분명한 온갖 의혹이 무차별 확대 재생산되는 데 따른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했다는 비자금 관련 명단은 자신이 작성했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괴문서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문서가 법적 증거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가 다음주 또다시 폭로 회견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은 김씨가 증거능력이 없는 문서를 찔끔찔끔 제시함으로써 의혹을 지속적으로 사회 쟁점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 계열사의 경영차질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검찰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관련 자료를 추가로 가져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사실상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압수수색으로 금융회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고객의 비밀'이 검찰에 넘어가고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특정인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명성과 이미지가 엄청나게 훼손되고 있다"며 "조속히 마무리돼야 국가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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