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남북經協-북한,경제난 개선 체제안정 도모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의 대북(對北)경협 활성화 선언에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종국적으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는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다. 지난 7월 김일성(金日成)사망 직전까지는 남북한이 평양의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을 풀어 92년 10월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간첩사건」과 93년 3월 북한의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이래 지지부진하던 남북관 계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게 흘러왔다.
사실 7월초만 해도 우리 업계의 대북경협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김일성 사망이후 정국은 대북접촉을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앉히고 말았던 것이다.
남북관계가 경색으로 치닫는 동안 北-美간의 핵협상은 계속됐고10월18일에는 경수로지원을 포함한 제네바 기본합의에 도달했다. 北-美간 합의는 한반도의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남북경협이라는 능동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제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김정일(金正日)의 국가주석.총비서 추대라는 정권의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베이징(北京)등을 통해 한국기업들과 꾸준히 접촉해 왔고 최근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를 통해 삼성.현대에 초청장을 발부하는등 우리기업과의 경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일단 남쪽과의 경협에 관심이 크다는 증거다.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안정이 초미의 관심사고 이를 통한 체제유지에 관심이 크다.
따라서 북한은 남쪽의 경협재개 선언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기업들의 대북투자를 받아들이는 경제협력에는 적극성을 보일지라도 당국자간의 대화에 당장 응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북미협상과정에서 남쪽을 소외시키려 노력해왔고 합의후에도 남한이 이를 깨려고 한다며 비난해 왔다.
북한은 김일성사후 조문파동,러시아 6.25전쟁관련 문서공개,박홍(朴弘)서강대총장 발언과 신공안분위기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김영삼(金泳三)정권에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퍼부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남쪽이 일방적으로 경협을 재개한 의사를 선의로 해석할수 있고 특히 국제사회로의 동참에 한국측 도움이 필요할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수있다.
또 민간업계의 대북경협이 적극화되면 상호 신뢰가 쌓이고 또 경협 과정에서 당국간의 협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한편 남북당국간의 접촉.대화는 민간업계의 대북경협 못지않게 北-美,北-日 관계의 진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의 경협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그만큼 한국기업을 소홀히할 여지도 있다.우리 업계는 미국.일본의 기업들에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대북경협의 선점에 열을 올릴 것이 예상되고 그만큼 과당경쟁도 불가피해 보이며,이 점은 남북한 당국간 대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
우리 업계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면 북한도 남한의 자본.기술에 매력을 느낄게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남북관계에서 「수세」로 몰릴까 부심할게 분명하다.
북한이 흡수통일의 우려를 떨쳐버리지 않는한 남북한 대화는 그만큼 늦어질 것이고 이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및 기존의대남 통일전선전략을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최대목표가 체제유지,특히 김정일정권의 유지에 있는한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보다는 역시 경제협력등 점진적인 개선의 길을 택할 것이다.
〈兪英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