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한국기업 초청 올스톱 남북경협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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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 北-美 합의 이후 서울과 평양이 모두 발빠른 남북경협(經協)재개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핵문제로 지난 92년10월이래 올스톱 상태에 있던 남북경협이 지난달 21일 北-美협상 타결로 일단락 됨에 따라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남북경협 재개와 관련, 최근 가장 주목되는 신호는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북한의 방북초청장 재발급이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은 지난 9월부터 곧 재개될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대우.현대.삼성 등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에 발급한방북(訪北) 초청장을 재심사해 왔는데 그첫 경우로 현대와 삼성을 선택한 것이다.
관측통들은 북한의 이같은 초청장 재발급을 상당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현대의 금강산개발이 무산된 후 남포공단건설에 관심을 가진 대우의 김우중(金宇中)회장에게 비중을 두어 왔다.
鄭회장은 지난 89년 남한의 재벌총수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북한측으로 부터 금강산개발권과 원산조선소 프로젝트 를 따냈다.
그러나 현대는 그후 북한이 자신들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던 시베리아벌목권을 따내 평양의 눈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남북한간 경협은 사실상 대우의 독무대였다.지난 92년 북한을 방문,김정일을 만난 金회장은 북한측으로부터 남포공단개발권을 따내 최근 의류.피혁 등 3개 공장을 완공시키는 등 물밑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대에 대한 초청장 재발급 조치는 현대에대한 북한당국의 화해 제스처라는 의미외에도 국내기업간의 경쟁을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한마디로 그동안 다소 뒤처져 있던 현대에 초청장을 발급해 줌으로써 여타 대기업들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경협공세와 관련,차분히 대처하겠다는 생각이다. 통일원의 고위당국자는 최근『정부가 아무런 대책없이 경협재개를 선언할 경우 과당경쟁 등이 우려된다』며『조만간 대북(對北)경협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단계별로 대북경협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일원과 경제기획원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대북경협지침은 기존의 남북위탁가공 확대를 위해▲기업인 방북허용▲위탁가공용 기계설비 반출▲인적왕래보장(기업사무소 설치)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들이 남북경협을 서두르는 이유는 저렴한 노동력 활용과 선점(先占)효과로 크게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인건비는 미숙련공의 경우 한달 평균 70달러(韓貨로 5만6천원)정도로 국내 인건비의 10%수준이다.따라서 섬유.신발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는 북한이 최적 투자지다.
또 기업들은 북한이 지금처럼 문호를 개방할 때 일찌감치 북한에 투자함으로써 인프라스트럭처 등 보다 큰 프로젝트를 따내겠다는 장기적인 계산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북경협 전망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설사 남북경협이 이뤄지더라도 물밑에는 여전히 핵이라는 악재(惡材)가 잠복해 있는데다 북한이 당분간은 한국에 손을 벌리지는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북한이 설사 대외개방을 하더라도 당분간한국에는 손짓을 안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북한팀도『김달현(金達玄)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의 해임을 포함한 평양의 움직임을 볼 때 북한은 당분간 한국보다는 미국과 일본을 자신의 경협 파트너로 삼아대외개방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 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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