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연극 "아내란 직업의 여인" 김미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남편의 외도때문에 고민이세요.그럼 콘스탄스를 보러오세요.해답을알려드릴거예요.』 김미숙(35)은 요즘 새로운 직업을 준비중이다.현실에선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아내란 직업의 여인』이다.호암아트홀에서 오는 11일부터 공연되는 이 연극에서 그는현명하고 지적이며,그러나 냉정한 현실론자인 아내 콘스탄스로 분( 扮)한다.남편 잔(이호재扮)의 외도를 알고 견디며 해결해내는 아름다운 아내역이다.극중 배역 콘스탄스와는 동갑내기.그래서더욱 애착이 간다.
『정연한 논리와 절제를 아는 콘스탄스는 남자의 질투를 적당히자극할 줄도 아는 영악함까지 갖춘 여자예요.그러나 결코 남편을심하게 몰아세우지 않는 현명한 아내죠.』 자신의 이미지와 꼭 어울리는 역이란 주위의 평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밝고 적극적인」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연습중간 마신 소주 한잔에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채 대사처리가 잘 안된다 며 발을 동동구른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연출자에게 서슴없이 자기의견을 내세웠다 혼쭐나고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그러다간 금세 배시시 웃으며 연출자의 지시대로 다시 연습에 몰두한다.무대를 이리뛰고 저리달리는모습엔 신명이 가득하다.그가 부침심한 연예계에서 10년이상 정상의 연기자로 설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 뒤에 숨겨진 활화산 같은 이런 열정때문이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스타가 된 것은 방송을 통해서지만 연기자로 나를 키워준 것은 연극무대였어요.』 그는 자신의 연기인생 전환점으로 82년 故 이해랑 연출의『라인강의 감시』를 꼽는다.호흡.발성.걸음걸이까지 연기의 모든 것에 눈뜨게 해준 이 연극을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연극『라인강…』서 연기에 눈떠 그의 취미가 연극.영화감상이고 매년 한편꼴로 연극무대에 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차한잔 같이하고 싶은 연기자 1위에 단골 캐스팅되는 여자.처녀앞에 노(老)자가 붙은지 오래되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설문조사때마다 결혼하고 싶은 연기자 베스트5에 드는 여자.그러나 『결혼은 언제』라는 질문에는 질렸다는 여자.그런 그가 이 가을에 준비하는 『아내란 직업의 여인』은 어떤 모습일까.
글:李正宰기자 사진:金鎭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