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가장성공한 한국기업인 스포츠의류 대니얼영 李起榮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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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땅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비즈니스맨중 하나를 꼽는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있을까.일반인에게는 전혀 생소한 이름인 「대니얼 영」이라는 스포츠의류메이커의 이기영(李起榮.42)사장.15년전 뉴욕에 발을 디딘 이후 혼자 힘으로 키운 회사를 지난 7월 6천5백만달러에 팔아넘기고 자신은 이 회사의 연봉 60만달러짜리 고용사장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79년 원림상사 주재원 생활을 청산하고 의류도매업으로 독립한그는 내내 은행빚에 쪼들려 온 「부실기업인」 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모든 섬유업체들이 미국시장에 죽을 쑤기 시작했던 80년후반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 프로스포츠라이선스의류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92년까지의 영업실적은 연간 매출 2천5백만달러에 누적적자 4백50만달러.그러나 93년들어 매출이 6천1백만달러로 뛰면서1천4백만달러의 세전(稅前)이익을 기록했다.단숨에 누적적자를 모두 청산하고 세후(稅後)이익 5백50만달러를 챙긴 것이다.적자일색인 대규모 한국 섬유업체들의 미국영업 실적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니까 연간 매출 20억달러나 되는 미국 최대 내의메이커인 「프루트 오브 룸」이 금년초 합병을 제의했고,李사장은 여기에 응해 6천5백만달러의 거금을 받고 고용사장으로 들어 앉은 것이다.대관절 어떤 회사길래 한국인 이 키운 회사를 미국의 굴지 기업이 그처럼 비싼 값을 무릅쓰고 탐냈을까.
『결국은 아이디어와 마케팅이었습니다.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마지막승부를 미국 프로스포츠팀의 로고를 새긴 라이선스 의류에 걸었지요.
그러나 까다롭기 짝이 없는 프로리그협회에서 라이선스를 따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수십번을 찾아가 졸랐으나 허사였습니다.궁리끝에 기존제품들과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들어 가지고 갔습니다.스포츠웨어의 틀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주 화려 하고 다양한디자인을 집어넣었지요.그 당시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패션의 개념을 스포츠웨어에 도입했던 것입니다.그제서야 한 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독자브랜드 프로플레이어 제품이 바이어들로부터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가장 시장이 큰 미식축구리그(NFL)로부터도 어렵지 않게 라이선스를 얻어냈고,이를 계기로 매출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 5개 라이선스업체중에서 프로플레이어의 현재 랭킹은 매출기준으로 4위.
이처럼 급신장하는 회사를 왜 팔았는지에 대해 李사장은 이렇게설명했다.『한국인으로서 이만큼 크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 더 커지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장벽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그러한 위험부담을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 고, 회사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도 미국 굴지기업의 테두리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합병계약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李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흥미로운 대목이다.회사의 전체매각대금은 6천5백만달러이지만,李사장이 향후 5년간 더 경영을 맡아서 최소한 현재의 매출수준(6천1백만달러)을 유지해 줘야 나머지 2천만달러를 청산하기로 되어 있다.기업과 종업원을 통째로 붙들어 놓기 위한 담보인 셈이다.
만약 연간 20%의 매출증가를 매년 기록하면 보너스로 2천7백만달러를 더 받게 되어 있다.
『매우 어려운 미끼이긴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현재 추진하고 있는 광고 전략만 성공한다면….』 미식축구경기장의 사이드라인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코치들에게 프로플레이어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힐 수 만 있으면 바이어로부터의 주문이 단숨에 두배로 뛰어 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경쟁상대는 세계적인 큰손인「리복」.李사장은 리복을 상 대로 한판승부를 벌일 작정이다.금년은 몰라도 내년께는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내 혼자힘으로는 턱도 없었습니다.한국인이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 사회의 문화와 인맥속으로 뛰어들지 않고는 노른자위 사업을 넘볼 수 없는 겁니다.
우리회사 역시 마케팅에 뛰어난 데이비드 스트러마이어라는 부사장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나는 자금조달과 제품생산에,그는 시장개척에 전념한 결과지요.작년 처음 흑자를 내고나서 주식의 40%를 뚝잘라 그에게 줬습니다.』 [뉴욕=李璋 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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