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추곡수매-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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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가 먹는 쌀은 우리 손으로」라는 기치하에 1953년 도입된 양곡관리제도가,食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밥을 덜 먹게 된 지금에 이르면서 그 의미도 급속도로 퇴색했다.정부는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국민들의 안정된 식생활을위해 매년 가을 그해에 거두어 들이는 쌀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사들여서 훨씬 싼 값으로 파는 소위 이중곡가제(二重穀價制)를 운용해 왔다.추곡수매제도의 현황과 문제점,개선방안등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수매가와 농민들이시장에서 직접 파는 시장가격이 큰 차이가 없었다.그러나 지난 89년 여소야대시절 추곡수매에 대한 국회동의제가 도입된 이후 수매가 책정에 정치논리가 강하게 개입되면서 수매가가 시장가격보다 계속 높게 책정됐고 그 결과 이제는 정부수매가가 시장가격보다 30%정도 비싼 수준이 됐다.농민의 입장에서는 쌀 값이 내려가는 추수기에는 자신들이 지은 쌀을 정부에 팔고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것이 더 낫게 됐다.정부수매량을 늘리라는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농민표」를 겁내는 국회는 매년 추곡값을 더 올리고 수매량을 늘리라고 목청을 높이고,수매가와 시장가격간의 차이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그 결과 정부 창고에 쌓이는 쌀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올해는 일시적으 로 줄었지만최근 몇년간은 적정 재고량(7백만~8백만섬)을 훨씬 웃도는 1천2백만~1천3백만섬에 달했다.정부창고에는 아직 5년전 쌀이 쌓여있을 정도다.
또 연중 쌀값이 들쭉날쭉하는 것을 막기 위해,또 물가를 안정시킨답시고 정부미를 싼 값에 방출한 결과 가을에 쌀을 사서 보관해 두었다 적당한 때 제값에 파는 양곡업자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쌀의 시장유통기능도 극도로 취약해졌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이같은 방식에 크게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혜택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높게 사주는 부분인데,가마당 고작 2만7천원꼴(올9월기준)에 불과하다.
수매량도 생산물량에 비례하다 보니 농사를 크게 짓는 농가는 그래도 한해에 적잖은 덕을 보지만 훨씬 많은 영세농들에는 고작몇십만원 정도의 혜택밖에 돌아가지 않아「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쌀농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金廷洙본사전문위원 .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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