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韓이 당사자 원칙 고수-평화협정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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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을 찾았던 리펑(李鵬)중국총리가 4일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남북한과 관계국이 협정체결을 지지하고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답변,평화협정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같은 주장은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이어야 한다는 북한측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우리정부로선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중국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편들어온 중국이북한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리펑총리의 말을 받아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은 즉각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한 당사자간에 체결돼야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미국과 중국,나아가 러시아와 일본 등이 추인함으로써 공고히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평화협정문제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온 우리 정부가 조만간 평화협정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대목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남북한 기본합의서 제5조「남과 북은 현 정전(停戰)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 는 내용에서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한이 당사자이며 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남북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그러한 과정이 결실을 맺어 평화체제가 구축되기까지는 현 정전협정체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그같은 필요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해 여러차례 비공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물밑에서 대책을 마련해왔다.
韓장관이 4일 평화협정문제에 대해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여건을 감안해 北-美핵합의를 계기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에는 남북한관계의 진전에 장애가 돼온 북한핵문제에 있어 北-美간에 해결방안이 마련된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준비해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은 두가지 원칙에 입각해 있다.
평화협정 체결의 일차적 당사자는 남북한이 돼야 한다는 것과,그같은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 4강국들을 개입시킨다는 것이다.
韓장관은 4일『한국과 중국,북한과 미국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남북한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을 미국과 중국 등이 추인하는 것은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해 정부의구상이 2개 원칙에 입각해 있음을 분명히 했다.
韓장관은 또 리펑총리가 말하는 관계국이 어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한반도 평화체제를 「2+2」나 「2+4」방식에 의해 마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고 답해 평화협정을 추인하는 당사자가 중국과 미국 이외에 러시아 와 일본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정부의 구상이 정부가 지난 7월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공식제시한 동북아 다자안보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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