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간접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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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담배의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2년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일기장에 산 살바도르의 원주민에게서 선물받은 요상한 건초잎에 관한 기록이 있다. 포르투갈 주재 프랑스대사 장 니코트(Nicot)는 1560년 엽연초의 신통력에 경탄하는 글을 썼다.엽연초속의 독성 알칼로이드 액체성분인 니코틴은 그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상업적 재배는 1612년 미국(美國)버지니아에서 시작됐다.장병들의 배급품목에 담배가 포함되고 40년대와 50년대「아메리칸시가렛」은 파리에서 베이징(北京)까지 바로 화폐로 통했다.
64년 미국 의무당국이 암과 심장질환등을 담배와 연루시킨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66년부터 담뱃갑에 경고문이 나붙고 71년부터 라디오및 TV에 담배광고가 금지됐다.
86년 「간접흡연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판정이 내려지면서 비행시간 6시간 미만의 항공기 기내(機內)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93년 미국 환경청은 간접흡연을 하나의 「보건재해」로 지목했다. 공공장소와 직장에서 끽연공(喫煙公)추방이 시작됐다.「금연빌딩」이 확산되고 빌딩 바깥에 나와 시름을 뿜어대는 끽연공들의일그러진 얼굴은 새 직장풍토로 자리잡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에 관한 종합보고서가 최근 출간됐다.인류는 흡연으로 10초마다 한명꼴로 죽어간다는 충격적 내용이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흡연에 연루된 사망자는 선진국에서만 6천여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암협회.영국(英國)왕립암연구소의 공동작품이다.6천만명중 25%는 중년에 사망하며 그로인한 수명 단축은 평균 20~25년이라고 한다.
「금연 레스토랑」도 꼬리를 문다.하루 수백만명에게 햄버거를 공급하는 맥도널드는 재떨이를 치우고 금연을 내걸었다.사전 여론조사 결과 금연할 경우 오지 않겠다는 응답보다 더 자주 오겠다는 응답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필립 모리스등 담배산업 거인(巨人)들이「피울 권리」확보를 위해 고군분투중이다.「피울 권리」와「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흡연석의 제도화」를 고집하지만 세(勢)불리다.
성인남자의 70%가 담배를 벗하는「흡연대국」한국(韓國)은 손꼽는 흡연자의 천국이다.간접흡연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제도적 방안을 「담배 한대씩 물고」골똘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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