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반하고, 풍경에 취하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폐교를 개조해 만든 시안미술관의 모습. 운동장은 잔디가 깔린 조각공원으로, 학교 건물은 내외부 모두 현대식으로 탈바꿈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28일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시안미술관 2층 전시실. “호랑이 털을 하나하나 자세히 그린 건 무서운 느낌을 줘 귀신을 물리치려는 뜻이 담겨 있어요.” 직원 김아름(27)씨가 호피도(虎皮圖)를 설명하자 30여 명의 관람객이 바짝 귀를 기울인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한다.

이날 회원 30명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부산 문화관광해설사 이이상(73)씨는 “시골 폐교 미술관이라 해서 그저 그렇겠지 했는데, 이렇게 근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감탄했다. 이남숙(55)씨는 “미술관 이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2004년 4월 문을 연 시안미술관이 지역의 소중한 미술관으로 떠올랐다. 대구에서 차로 40분 거리의 시골로 인근에 유명 관광지조차 없지만 주말이면 2000~3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은다. 개관 첫해 2만1000명, 2005년 3만5000명, 지난해 7만명, 올 상반기 5만명에 이어 연말까지 10만명 관람이 무난할 전망이다. 대도시에서도 보기 어려운 다양한 기획 전시와 이와 연계된 강좌·체험 프로그램, 야외전시장·카페 같은 휴식공간이 도시민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다양한 전시·교육=이 미술관은 단체전·개인전 대신 철저히 기획 전시를 연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미술 60년전, 한·일 섬유미술교류전, 모차르트 탄생 250주기 기념전 같은 굵직굵직한 전시를 많이 열었다. 지난 9일부터 연 민화의 확장전은 지난 9~10월 ‘민화의 어제 그리고 오늘전’의 2부 전시. 옛 민화와 현대 민화, 영상물까지 민화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또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전시와 연결돼 운영된다. 민화 특강, 민화 작가의 생애를 담은 영상물, 민화 그리기 체험 같은 걸 마련하는 식이다. 관람객은 감상 뿐만 아니라 이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학생과 군인·소외계층·회원 대상으로 다양하게 짜여진다. 중·고교의 방과 후 수업은 2005~2007년 교육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현민(31) 기획실장은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해 수준높은 국내외 미술품을 감상하고, 교육을 통해 안목을 높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이 살아 있는 공간=부지 2만5000㎡의 미술관은 교실 1, 2층에 1~3 전시실과 보조 전시실, 체험장(공방)을, 운동장은 야외전시장으로 꾸며 놓았다. 그러나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곤 학교의 옛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리모델링으로 고풍스런 삼각형 지붕과 대형 유리창을 가진 첨단 건물로 재탄생한 때문이다. 운동장엔 잔디를 심어 조각공원으로 꾸몄다. 카페에서 조각공원을 바라보며 차·음악을 즐기는 것도 운치 있다.

시안은 2005년 한국여행가작가협회의 ‘폐교를 활용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선정됐으며, 최근엔 TV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