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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장악한 ‘중앙미술학원’ … 현대미술 거장 대거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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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유일의 국립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의 전경. 이곳 출신은 미술계 요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조문규 기자]

중국 미술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중앙미술학원(로고)과 중앙정부 문화부다. 중앙미술학원 출신은 주요 미술단체나 기관의 장, 전시 기획자의 대부분, 그리고 작가나 화랑 대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미술품 컬렉터는 부동산 업계의 인물이 주종을 차지한다. 중앙정부는 미술시장이 과열됐고 불온하다며 주시하고 있다.

매년 6월 중순이면 중국 베이징 시내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은 화랑 관계자들로 붐빈다. 재학생 졸업작품전이 이 때 열리기 때문이다. 춘하한묵 화랑의 린쑹(林松) 대표는 “현장에서 좋은 작품을 찾아 구매 계약을 하거나 아예 전속 계약을 맺을 학생을 찾기위해 베이징 내 화랑 대표 중 절반 이상이 이 전시를 찾아간다”고 전했다. 조소과 유판(于凡)교수는 “겅쉐에(耿雪)라는 여학생의 조각 석 점 한 세트가 60만위안(약 7500만원)에 한국 화랑관계자에게 팔렸다”면서 “송나라때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청명날 길거리와 풍속을 그린 그림)를 변형한 좋은 작품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화랑 관계자들이 전속 계약을 하려고 달려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면서 “전속을 하게 되면 자기 색깔을 잃고 화랑 색깔에 물들 것을 그 학생이 염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둥창샤(董長俠) 부원장은 “학기 중간에도 학생들을 만나려는 화랑 대표와 컬렉터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화랑을 연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우수 졸업생을 잡기가 어려워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학부 2, 3학년생과 전속계약을 맺으려는 화랑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난 6월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열린 학생 졸업작품전. 조소과 교수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조소과 유판 교수]

◆중앙미술학원의 힘=중국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인맥의 중심에 중앙미술학원이 있다. 전통 중국화에서 현대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내로라 하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미술계의 각종 요직까지 이 대학 출신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중국 유일의 국립미술대학다운 위상이다.

중국 작가를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인 중국 미술가협회(미협)을 보자. 13억명 인구에 미협회원은 85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루쉰(魯迅)미술학원의 리광준(李光軍)교수는 “전국 규모의 미술대회에서 3회 이상 입상해야 회원이 될 수 있는 등 엄격한 자격제한이 있는 정예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협 주석 신상이(新尙誼)는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출신으로 원장을 지냈다. 중국문학예술연합회(한국의 예총에 해당하는 기구) 부주석이기도 한 그는 사실주의 유화의 대가다. 미협 차기 주석으로 꼽히는 류다웨이(劉大爲) 부주석도 이곳 중국화과 석사출신이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 해당하는 중국미술관의 판디안(范迪安)관장은 이 대학 부원장을 역임했다. 미술이론가 및 전시기획자로 이름이 높은 그는 2002년 상하이 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의 총책임자를 지냈다. 중국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을 활발히 다루기 시작한 것도 2005년 12월 그가 부임한 이후의 일이다.

국가차원에서 중국화의 연구와 창작을 지원하는 베이징의 중국 국가화원(전 중국화연구원) 원장 룽루이(龍瑞)역시 중국화과 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차이나 아방가르드 작가의 대부로 꼽히는 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리셴팅(栗憲庭)도 이곳 중국화과 출신이다. 89년 중국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전’이 그의 작품이다. 장샤오강(張曉剛)·웨민쥔(岳敏君)·팡리쥔(方力鈞) 등 소위 아방가르드 작가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첫 전시다. 이들의 작품 경향을 ‘냉소적 사실주의’ ‘정치적 팝아트’라고 개념규정한 사람도 리셴팅이다. 그는 서방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영혼(soul)’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름이 높다.

중국 아트페어의 선구적 인물로 꼽히는 동멍양(董夢陽)도 이곳 판화과 출신이다. 그는 중국예술박람회, 중국국제화랑 박람회(CIGE), 아트 베이징(Art Beijing) 등의 아트페어를 창설했다. 아방가르드 작가로 유명한 팡리쥔(方力鈞)·쩡하오(曾浩)·쉬빙(徐氷) 등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중앙미술학원이 이렇게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전역의 재주꾼을 완전 경쟁 방식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성(省)별 인원할당제를 실시하는 여타 대학과 다른 점이다. “신입생 700명을 선발하는 데 2만30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30대 1이 넘는다”는게 동창샤 부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학 당시에 이미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채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3600명에 이르는 재학생들은 7개 학과에서 회화·조각·사진·디자인·건축·인문학·미술교육을 망라해서 배운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들 역시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회화과의 류샤오둥(劉小東)·왕이동(王沂東)·쑨웨이민(孫爲民)·양페이윈(楊飛雲), 조소과의 잔왕(展望)·수이젠궈(隋建國), 판화과의 리판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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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중국 미술학원도 강력=중앙미술학원과 함께 3대 미술학원으로 꼽히는 게 저장(浙江)성 중국미술학원(1993년 이전엔 저장 미술학원)과 쓰촨(四川)미술학원이다. 이들은 성(省)에서 설립했다.

중국미술학원은 중국화 분야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중국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펑유엔(憑遠) 문련 부주석이 이곳 석사, 부원장 출신이다. 졸업생으로 아방가르드 1세대의 설치미술가 황용핑(黃永平), 조각가 왕광이(王廣義) 등이 유명하다. 중앙미술학원의 판궁카이(潘公凱)원장도 중국미술학원 출신이다. 중국화 대가인 부친(판톈서우 潘天壽)의 대를 이어 모교 원장을 지낸 뒤 중앙미술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화 부분에선 쓰촨미술학원의 영향력이 크다. 아방가르드 작가인 장샤오강(張曉剛), 쩌우춘야(周春芽) 등이 이곳 출신이다. 뤄중리(羅中立) 원장은 사실주의 유화의 대가로 꼽힌다.

베이징=조현욱 기자 , 베이징=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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