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9일 인문계열.사범계열(인문).미술대 특기자 전형(264명 선발)에 지원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논술고사를 치렀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공교육 현장에서 논술에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하며, 학교 교육을 받으면 논술을 잘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교과서 내용을 대폭 반영했다"고 말했다.
◆쉬운 제시문, 까다로운 논제=이번 서울대 논술 문제의 5개 제시문 중 3개가 고교 경제.사회.세계사 교과서에서 나왔다. 나머지 두 개는 서울대가 자체 개발한 내용으로 제시문 수준이 높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시문 '가'는 고교 경제 교과서에 실린 애덤 스미스 '국부론' 내용의 일부였다. 시장경제와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다루면서 인간의 욕망.분업.교환.시장.화폐.가격 등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 구성 요소를 다뤘다. 제시문 '나'의 첫 번째 글(서울대 자체 제작)은 사회주의 경제의 자원 분배 효율성 논쟁이 담겨 있다. 두 번째 글(고교 사회 교과서)은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의 돌바퀴 화폐의 사례, 세 번째 글(세계사 교과서)은 서양 중세 봉건사회의 장원 경제, 네 번째 글(서울대 자체 제작)은 시장.화폐.가격과 같은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야마기시즘 공동체 사례를 담고 있다.
이런 제시문에 나타난 주장과 근거를 활용해 까다로운 논제의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답안을 작성하는 게 핵심이다. 사회주의 경제를 포함한 4가지 경제체제의 특성을 조합해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논술 잘 쓰려면=김 본부장은 "대부분 학생들이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차이를 암기하고 있는데 이런 암기 내용을 중심으로 답안을 써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장은 있는데 논거가 없는 글은 곤란하다"며 "공동체주의는 인간적이어서 좋다는 등 감성에 호소하는 글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측은 정시논술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통합교과형 논술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연세대나 고려대처럼)갑자기 인문과 자연을 통합하는 식으로 가면 공교육 현장에서는 익숙지 않아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며 "지금은 징검다리 정도로 과목별 지문을 혼합하는 형태의 통합 교과형 형식의 문제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30일 실시하는 구술면접 점수와 논술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합격자 발표는 12월 15일.
강인식.박수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