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두 소방관의 희생을 헛되이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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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화재 진압에 몰두하던 소방관 2명이 또 안타깝게 숨졌다. 27일 오후 발생한 경기도 이천 CJ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이던 29세의 소방관이 무너진 철제 빔에 깔려 숨진 채 28일 오전 발견됐다. 결혼식을 두 달 앞둔 젊은이였다. 38세의 다른 소방관도 화재 진화를 돕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부인과 네 살짜리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두 젊은 소방관의 희생은 우리 사회를 위해 값진 희생이었다고 위로하고 넘어가기는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래서 소방 당국에 먼저 따지고 싶다. 어떻게 화재 뒤처리 과정에서야 직원의 죽음을 알았는가. 팀을 이뤄 철저히 단체행동을 할 수는 없었는가, 화재 진압 후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그런 원시적 교통사고를 당해야 했는가. 결국 인명 손실을 줄일 매뉴얼을 지키도록 평소 철저히 교육했는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소방공무원들을 평소 얼마나 대접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 2만9972명의 소방대원 중 70%가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 실정이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사명감과 최고의 재난 대처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해도 전용병원조차 없는 데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증상은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소방방재청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소방공무원 중 34.1%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선진국에서 소방관은 사회의 엘리트이자 영웅 대접을 받는다. 선발 및 훈련, 임무 수행, 보상 등도 그만큼 체계가 잡혀 있다. 다행히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소방관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에서 4위, 20·30대가 가장 존경하는 직업에서 3위로 꼽혔다고 한다. 숨진 두 소방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면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 소방관은 바로 나와 내 가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