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틈새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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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6.25때 유엔군은 부산지역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반격작전의 목적은 공산침략군의 보급중심지인 서울의탈환을 통한 적군의 보급로절단이었다.그러나 정면이나 측면공격에의한 포위망돌파는 적의 주전군(主戰軍)과 강력 한 포병대 때문에 득책(得策)이 아니었다.
맥아더장군의 전략은 미식축구의 이른바 「엔드라인 패스」였다.
공략목표에 리시버를 미리 뛰게 해 장거리패스를 던져 터치다운하는 포워드 패스였던 것이다.이에는 쿼터백의 빠른 판단과 순발력,리시버와의 완벽한 호흡이 필요하며 또 적의 방위 태세에 생기는 순간적인 허술한 틈새를 재빠르게 포착하는 동물적인 감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서울탈환작전은 결국 인천상륙작전으로 막을 열었다.
당시 펜타곤의 작전참모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천연 또는 지리적 악조건을 열거해 봤더니 인천의 경우 이 악조건이 모두 존재해 극력 반대했다고 할 정도로 작전에 불리했다.
그러나 맥아더는 그 불리한 점을 최대한 역이용한 것이다.물론고도의 심리전을 포함한 양동(陽動)작전도 채택했지만 결국은 의표를 찌르는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이것은 가장 역경으로 보이는상황에서 틈새를 노린 명작전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소문은 매스컴의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었고 술자리의 안주로 오르는 흔한 화제였음을 맥아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병력.화력 모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북한군은 이런 연유로 인천보다도 진남포나 군산쪽을 위험 시하고 집중수비했는데 전략상의 틈새를 노린 맥아더의 심리적 천재성이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기업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전혀 없어 보이는 틈새를 슬기롭게찾아내 집중공략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다만 이 작은 틈새를 예리한 통찰력으로 파악하는 예지와 주저없이 공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미식축구계의 노장 쿼터백 몬태너의 틈새를 찌르는 패싱이 필요한 때다.
〈한미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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