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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윤리 꼬리물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사회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상적으로는 생각도 할수 없는 사병의 장교살해 난동에 이어 학생이 교수를 폭행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하는 사건이 서울과 지방에서 잇따라 우리사회의 규범상실.윤리의식 마비가또 한차례 충격의 파문을 몰아오고 있다.우리사회 는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거꾸로 가는 세태」를 낳고 시민들은 개탄과 낙담을되풀이 해야만 할 것인가.
◇교수폭행=지난달31일 오후6시30분쯤 동국대 본관앞 잔디밭에서 학생 7명이 술에 취한채 소란을 피우다 이를 나무라던 불교대학 崔모(48)교수를 집단폭행,전치 15일의 상처를 입혔다. 崔교수에 따르면 학생들이 술에 취해 불상을 걷어차는등 소란을 피워 나무라자 이중 4~5명이 달려들어『네가 뭔데 상관이냐』는 등의 폭언과 함께 10여분간 주먹과 발로 자신을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崔교수는 학생들을 피해 본관수위실로 달려가 수위와 함께 되돌아왔으나 학생들은 본관수위도 폭행했으며 다른 직원들이 몰려오자달아나다 이중 1명만 붙잡혔다.
崔교수는『학생들이 학교의 상징인 불상을 함부로 대하는데다 당시 승복을 입고 있었고 교수신분을 밝혔는데도 주먹을 휘두르는등폭행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2일 오전 교무위원회를 열어 정확한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관련 학생 7명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이들의 폭행사실이확인될 경우 관련학생들을 중징계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생들은『집단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친살해=1일오전3시쯤 강원도 양양군현북면하광정리 尹상래(58)씨 집에서 尹씨의 아들 관희(23.무직)씨가 아버지 尹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아들 관희씨는 전날밤 10시쯤 술에 취한채 집에 들어왔는데 아버지 尹씨가 담배값을 요구하 자『담배값도벌지 못하면서 방구석에 누워 있느냐』며 3시간여동안 주먹과 발로 가슴과 얼굴등을 마구 폭행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구속된 아들 尹씨는 주벽이 심해 평소에도 부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진단=서울대 손봉호(孫鳳鎬.윤리학)교수는『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도덕성.정당성이 결여된 자들이 권위를 행사해 왔는데 민주화 과정에서 이같은 현상이 해소되면서 정당한 권위와 윤리.가치들이 함께 파괴돼 이같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권위의식 실종을 주원인으로 진단했다.
연세대 김호기(金晧起.사회학)교수는『새로운 현대사회에 맞는 사회적 규범과 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의 폭이 깊어져가고 있기때문』이라고 지적,『이는 교육적 차원에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뒷받침할 수 있 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洪炳基.洪昌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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