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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터지는 군하극상사건-李국방 퇴진 與圈 고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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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병태(李炳台)국방장관의 진퇴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민자당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건군이래 최대군기문란이라는 하극상.장교탈영 사건의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禹命奎서울시장이 물러남으로써 그의 입지가 더욱 어렵게 됐다. 여권(與圈)은 야당이 낸 전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힘들여 부결시키자 마자 또다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격장 총기사건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국방에 조금도소홀함이 없도록 하라』(31일 오전)고 지시한 바로 그날 오후에 사건이 터져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국무위원들에게「심기일전」을 당부했다.
지난 7월 일산신도시를 방어진지 개념으로 설계했다는 발언파문이후 연이어 터진 사고로 李국방에 대한 야당의 인책공세와 여론비판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李장관은 끄떡없이 버텨 왔다.신도시관련 발언에 대해『시민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그직후 김일성 사망으로 그냥 묻혀졌다.그리고 장교탈영사건은 지존파사건.성수대교붕괴 등 다른 대형사건에 묶여 넘 어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총기난사사건까지 터졌는데 李국방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청와대와 민자당에서는 여러 가지관측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여권의 고민은 李국방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우선 金대통령이 현내각 진용 으로 연말까지국정운영과 정국 관리를 하겠다는 결심으로 야당의 내각총사퇴공세를 막았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서청원(徐淸源)정무1장관은『국회에서 의원을 상대로 답변하는 일도 국정운영에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다른 장관과의 형평성문제가 등장할까 고민스럽다.바로지존파사건 등 치안부재로 야당공세의 표적이 돼 있는 내무장관,외무장관의 북한핵을 둘러싼 외교실책 등은 덮어두고 李장관만 사퇴시켰을 때 여론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는 점 이다.
지난주 국무위원 해임안 표결에서도 李장관은 밑에서 두 번째였다. 세 번째로 미국通인 李장관의 후임자 인선이 마땅치 않은 점도 경질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익명으로 전했다.
이 당직자는『어차피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말에는 대폭개각이불가피한 만큼 이 장관은「시한부」라고 봐야 한다』면서『이번에도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으며 다른 선택은 없다』고 했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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