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 같은 이동통신 가입자끼리 전화할 땐 왜 요금 깎아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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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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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다른 회사 통신망 거치지 않아 돈 덜 들어요 서로 통화 자주 하는 가족연인들에게 유리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친구라면 ‘망내(網內) 할인’이라는 얘기를 들어 봤을 겁니다. 망내 할인이란 같은 이동통신회사에 가입한 사람끼리 통화할 때 요금을 깎아주는 것입니다. 지난달 17일 SK텔레콤이 처음으로 망내 할인 요금제를 내놓았고, 이달 초엔 KTF와 LG텔레콤도 이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동통신회사가 왜 자기 회사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 요금을 깎아주려는 걸까요. 또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먼저 휴대전화 요금을 어떻게 매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휴대전화 요금은 전화를 거는 사람이 부담합니다. 전화를 받을 때는 요금을 내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선 전화를 거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요금을 내는 것과는 다르죠. 그래서 이들 나라에선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무척 짜증을 낸다고 합니다. 원치 않은 전화인데 요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죠.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은 가입자에게 한 달에 1만~2만원의 기본요금을 물리고, 통화 시간에 따라 추가로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통화 시간에 따른 요금은 SK텔레콤이 10초당 20원, KTF와 LG텔레콤이 10초당 18원입니다. 틴틴 여러분은 휴대전화로 한 달에 몇 번 정도 전화를 거나요. 자기 집이나 친구 집에 걸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친구·선생님 휴대전화에 걸기도 할 겁니다. 어디에 걸든 통화 시간이 같다면 통화요금은 똑같이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동통신회사가 여러분의 전화를 연결시킬 때 드는 비용은 통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답니다. 예컨대 A사에 가입한 틴틴 여러분이 B사에 가입한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를 보죠. 여러분의 음성은 휴대전화를 통해 A회사 통신망에 전달된 뒤 B회사 통신망을 거쳐 친구 휴대전화로 전달됩니다. 여러분은 A사뿐 아니라 B회사 통신망도 쓴 셈입니다. 그래서 A사는 여러분이 낸 요금 중 일부는 B회사에 통신망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하게 됩니다. 이것을 ‘접속료’라고 하죠.

정보통신부는 2년마다 여러 이통통신회사가 통신망을 만드는 데 들인 비용을 계산해 접속료를 정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SK텔레콤 고객이 KTF 고객에게 전화를 걸면 SK텔레콤은 KTF에 1분에 39.6원을 접속료로 주도록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 통화를 하면 어떨까요. 당연히 이런 접속료를 내지 않아도 되겠죠. 이동통신회사가 망내 할인을 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접속료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회사 입장에선 망내 할인이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도 있답니다. 망내 할인의 혜택을 보려면 통화를 자주하는 사람들은 같은 이동통신회사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실제 우리보다 앞서 망내 할인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 등에선 가족이나 연인들이 같은 회사의 망내 할인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만 다른 이동통신회사를 이용하면 망내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돼 휴대전화 요금 부담이 커지는 탓이죠.

그렇다면 망내 할인 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무조건 유리할까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이 선보인 망내 할인 요금제는 한 달에 200분 이상 같은 회사 가입자에게 통화할 경우에만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답니다. 망내 할인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지금 내는 요금보다 매달 1000~2500원은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네요. 망내 할인 요금제에 가입하기 전에 이동통신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같은 회사 가입자에게 얼마나 전화를 거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모두 망내 할인을 실시하자 유선전화 회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휴대전화의 망내 할인이 확산되면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보니 같이 망내 할인 경쟁에 뛰어든 겁니다. 유선전화업체로는 처음으로 LG데이콤이 27일 일정액을 더 내면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 무제한 통화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국내 최대 유선전화업체인 KT도 한 번 통화할 때 무조건 39원만 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게 됐습니다. 이렇게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업체가 요금 인하 경쟁을 하게 됨에 따라 틴틴 여러분은 앞으로 더 싸게 전화를 걸 수 있게 될 겁니다. 참고로 10월 말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는 4300만 명, 유선전화 가입자는 2329만 명이랍니다.


내년부턴 청소년에게도 망내 할인

내년엔 틴틴 여러분도 망내 할인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일반 요금제를 쓰는 어른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요금제를 청소년에게도 확대 적용하기로 한 덕분이죠.

SK텔레콤은 내년 1월 중 틴틴 여러분이 기존에 쓰는 요금제에 1000원을 더 내면 SK텔레콤에 가입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 때 통화료를 절반으로 깎아주기로 했답니다. LG텔레콤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망내 할인 요금제를 내년 2월께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어른에겐 이미 실시 중인 망내 할인을 틴틴 여러분에겐 내년에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데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청소년은 요금 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랍니다. 대부분 청소년 휴대전화 요금제는 일정 액수가 되면 더 이상 전화를 못하도록 하는 요금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청소년 요금에 망내 할인을 도입하려면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 통화한 내역을 감안해 상한을 다시 정한 뒤 요금을 물리는 전산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거죠.

특히 KTF와 LG텔레콤은 청소년 요금 체계에 특별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어 요금 프로그램을 짜는 게 더 어렵다고 하네요.

틴틴 여러분이 KTF에 가입해 있다면 매달 ‘알’을, LG텔레콤에 가입해 있다면 ‘콩’을 일정하게 받을 거예요. 두 회사는 각각 알과 콩으로 여러분이 통화와 문자메시지(SMS)를 조절해 쓰도록 하고 있죠. 이렇게 요금을 매기는 게 복잡하다 보니 망내 할인을 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SK텔레콤이 SMS 요금을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내리는 혜택은 틴틴 여러분도 똑같이 받을 수 있답니다. SK텔레콤에 이어 KTF와 LG텔레콤도 SMS 요금을 내릴 예정이랍니다.

휴대전화는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휴대전화는 일정액을 내면 무제한 쓸 수 있는 인터넷과 달리, 쓰는 만큼 돈을 내야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부모님이 정해준 요금에 따라 휴대전화를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기 바랍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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