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V라인…유선형 설계…아파트도 디자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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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파도를 형상화하고 꽃잎 모양의 평면으로 설계된 부산 해운대 두신위브 더 제니스 조감도.

굴곡 있는 몸매, 다양한 스카이라인…. 최근 선보이는 아파트 모습이다. 이전의 판에 박힌 듯한 성냥갑 일변도의 외관과는 딴 판이다.

 아파트에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들은 유명한 건축디자이너와 손잡고 아파트 외관에도 예술을 입힌다. 업체들의 주택상품 경쟁이 브랜드에서 외관 특화로 옮겨진 셈이다.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위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체들은 차별화된 외관을 강조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을 지어 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외관 경쟁은 업체들이 분양가 규제를 받는 분양가상한제의 전면 확대 시행 전 분양물량을 쏟아내면서 업체들간 분양 경쟁이 심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자치단체들의 까다로워진 건축심의도 아파트의 패션화를 자극한다.

 ◆아파트도 ‘S라인’=아파트가 사각형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있다. 고층화하면서 곡선형 등으로 굴곡을 넣어 유연하게 설계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해운대구에 분양 예정인 최고 72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아이파크 마린시티의 설계를 미국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에게 맡겼다. 영국 런던 대영전쟁박물관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이 아파트는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와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을 테마로 곡선형으로 설계됐다.

 현대산업개발 단지 인근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두산건설의 최고 80층짜리 주상복합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파도와 산을 곡선으로 형상화했다. 평면은 꽃잎 모양으로 꾸몄다. 두산 프로젝트에는 상하이 엑스포복합단지와 고양 국제전시장(킨텍스)를 설계한 미국의 스테파노 & 파트너스사와 일본 도쿄 록본기 힐스타워를 디자인한 미국의 저디 파트너십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뚝섬에 선보일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사각 모양을 벗고 유선형으로 설계됐다. 7월 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된 포스코건설의 센트럴파크1 주상복합아파트도 한국의 전통 바구니와 파도 모양의 물결무늬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미국 건축회사 HOK사가 설계했다.

 ‘V프로젝트’란 사업명으로 충남 천안역 앞에 분양될 주상복합아파트는 ‘V’자 형태의 독특한 곡선이 두드러진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620층으로 지어질 드림타워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담았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물방울이 한강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유선형 외에 독특한 외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한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외관에 한강을 바라보는 요트 형태를 반영했다.

 이 회사는 올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분양한 단지의 경우 유럽식 디자인을 도입, 출입구 등에 포디엄형식을 적용했다. 포디엄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전 등에서 볼 수 있는 구조로, 건물의 기둥이나 벽을 세울 때 주춧돌을 평지보다 약간 높게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가치는 평면이나 인테리어 등에 좌우돼 왔지만 이제는 차별화에 익스테리어(외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구니와 파도 모양의 물결무늬 외관을 갖춘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1 조감도

◆고층과 저층이 어우러진 스카이라인=같은 단지 안에서도 스카이라인이 중시되는 추세다. 동별로 높이를 다양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마천루의 초고층과 저층의 타운하우스가 한 단지에 들어선다. 삼성물산이 용인시 동천동에 분양한 래미안 동천의 경우 전체 48개 동의 층수가 4~30층으로 다양하다. 고층 아파트와 4층짜리 저층 빌라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4층짜리 6개 동이 15~30층의 고층 숲에 들어서는데 4면에서 조망이 나오는 4면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각 층에는 2~4가구가 지어지고 일부 동은 3,4층을 복층으로 한 가구가 써 한 개 동에 6가구만 살기도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스카이라인을 살리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주택 소유자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넓힌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7월 분양된 GS건설의 송도 자이하버뷰의 경우 17개 동 가운데 3개동이 타운하우스 형태다. 타운하우스에는 한 개동에 2가구만 거주한다. 1층은 공용공간으로 쓸 수 있는 필로티로 꾸미고 2~3층을 한 가구가 쓰고 다른 한 가구는 4~6층 3개층을 사용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도 3~12층으로 한강변을 따라 굴곡 있는 스카이라인을 적용했다. 아랫집 지붕을 테라스로 쓸 수 있는 테라스형 등 다양한 주택이 함께 들어선다. 탑상형은 벽면보다 튀어나온 돌출형 발코니를 적용한 독특한 외관으로 꾸며진다. 다음달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은평뉴타운 에도 테라스하우스·타워형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유럽풍 단지 설계=중정형·연도형 등 유럽풍 주택도 확산하고 있다. 중정형은 가운데에 녹지공간 등을 들이고 아파트 건물이 ‘ㄷ’’ㅁ’자 등으로 둘러싸는 형태를 말한다. 연도형은 도로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모양이다. 수원 광교신도시에 프랑스 건축가인 장 미셀 빌코트가 설계를 맡는 중정형이 들어선다. 프랑스 샹젤리제거리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자연광이 닿을 수 있도록 중앙부에 정원이 배치된다. 남양주 별내 신도시에도 중정형 아파트 2개 단지가 들어선다. 한국토지공사는 별내지구 2개 블록에 중정형 단지를 배치키로 하고 현상설계에 들어갔다. 7층 이하의 중저층으로 만들어진다. 행정복합도시에도 중정형이 대거 들어갈 예정이고 왕십리 등 뉴타운에도 중정형 단지가 나온다. 연도형도 뉴타운 등에 적극 도입되고 있다.

 ◆자치단체도 디자인 차별화 나서=독특한 아파트 외관은 자치단체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축심의 개선 대책을 마련, 디자인이 뛰어난 건물 건립을 유도하고 있다.

 시는 동별 디자인 차별화, 높이 다양화, 상층·저층부 차별화, 하천변 디자인 차별화 등을 통해 디자인이 뛰어난 아파트를 짓게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1000가구나 10개 동 이상의 단지는 전체 동수의 30% 이상을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짓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건축심의를 까다롭게 하면서 건축심의 통과 문턱이 높아졌다. 근래 재건축단지 등의 건축계획안이 건축심의에서 여러 차례 반려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아파트 경관을 중시하는 건축심의는 서울에 이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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