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경영 밤엔 PC통신 과제-과기원 최고정보경영자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댁에서는 무슨 컴퓨터를 쓰고 계시죠?』 『최근에 486DX로 한대구입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이 햄버거를 손에 들고 가볍게 주고받는 말이 아니라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신사들이 저녁을 함께 하면서 나누는 진지한 대화다.
이미 사회적 위치를 굳힌 기업체 대표나 임원 40명이 강의시간 사이에 끼여있는 한 시간의 식사시간에도 컴퓨터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바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서울분원의 경영정보공학과(학과장 李在奎)가 최근 마련한 최고정보경영자과정의 제1기수강생들. 많은 대학들이 앞다투어 설치,운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과정과는 다르게 컴퓨터와 정보처리기술을 배워 다가오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비하려는 깨어있는(?)학생들이다.
『모든 의사결정이 정보처리기술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시대에 최고경영자가 정보마인드가 없고 PC를 쓸 줄 모르면 도저히 버텨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신평재(愼平宰.58)교보증권회장처럼 절실한 필요에 의해 매주 수요일 오후 노트북PC를 들고 청량리의 과기원 서울분원을찾는 사람들은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 소장.강영중(姜榮中)대교회장.김정돈(金正敦)미원상사대표.장기옥(張基玉 )한국전력기술사장.김동호(金東湖)삼성물산 상무.윤영기(尹泳祺)새한전자대표.오세희(吳世熙)금성통신사장등 모두 40명.
회사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지위에 있지만 교수들이 정신없이 밀어붙여 힘이 든다고 불평하는 진짜 학생이 돼버렸다.
『처음엔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힘이 들었습니다.자판의 위치도잘 몰라 5명의 조교들이 2시간반동안 씨름을 해야 했지요.』 PC교육을 주관하는 김영걸(金永杰.34.경영정보공학)교수는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노트북PC에서 배터리와 하드디스크를 뽑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두달동안 스프레드시트.데이터베이스.워드프로세서.PC통신.윈도우 등을 배운 이들은 金교수가 모든 과제물을 PC통신으로만 받는 바람에 밤중에 통신하느라 잠이 부족해 큰일이라는 하소연을 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김택호(金澤鎬)현대정보기술사장은 미국 출장중에 전자우편을 보낼테니「자료보내기」방법을 알려달라고 국제전화를 걸어와 金교수를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철저히 실습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시간을 통해 이들은 세계전자통신망인 인터네트를 통해 美항공우주국(NASA)에 접속,올 7월혜성이 목성과 부딪친 사진을 받아보고 엄청난 정보의 보고(寶庫)를 직접 확인했다.
『지금 컴퓨터를 배워 전문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요.그렇지만부하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정보기술을 배우라고 해놓고 자신은 그렇지 못해서는 안되겠기에 솔선수범하고 있는 중입니다.』 송기원(宋基元)대한해운사장은 사장이 배우니까 임직원들도 동질감을 느껴사기가 올라가는,경영자로서는 최고의(?)부수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김성희(金聖曦.45)책임교수등 과학기술원 교수진을 비롯,이상희(李祥羲)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김영태(金永泰)STM사장.이용태(李龍兌)삼보컴퓨터회장.터번(Turban,E)美캘리포니아주립대교수등 저명한 초빙강사들의 강의는 과학원수 준으로 심도있게 이뤄진다.
과학원측은 수강생들의 높은 호응으로 교육효과가 커 내년부터 PC교육을 2주 더 늘리는등 교육과정을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金政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